김병준 “청와대 아직 정신 못차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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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운명의 일주일]“거국내각 거부세력, 대통령 붙잡아… 친박 반대로 담화서 ‘책임총리’ 빠져… 野도 답 없어… 자진사퇴 안해”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책임총리’ 언급이 빠진 데 대해 “일부 청와대 측근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반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전날 딸 결혼식에서 자진사퇴설에 대해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주말 정치권 안팎의 여러 인사와 접촉하며 조언을 들은 김 후보자는 지인들에게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총리’ 언급을 하지 않아 솔직히 놀랐다. 친박계를 포함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권력을 내놓기 싫어 뺀 것 같다. 청와대와 친박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취지의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또 거국내각 구성이 힘든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이 차기 집권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공동 책임을 지기보다는 혼란이 길어질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며, 대통령 주변에서 권력을 누려온 사람들도 거국내각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총리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진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그는 “총리가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총리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야당도 답이 없다는 걸 깨달으라는 얘기다. 어느 세월에 여야가 협의하고 합의해서 총리를 세우고 개각을 하느냐. 그동안의 국정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토로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그는 야권 인사들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인준 반대 기류’를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한 실장의 한 측근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총리 임명은 현재 비서실에서 최우선 사안”이라며 “대책회의를 열어 야권과의 접촉면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그 자리에 버티는 것만으로도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노무현 정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안 제거의 첫 출발은 김 후보자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라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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