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기업정보 사전입수 의혹… 檢 “우병우 직무유기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최순실 게이트]
K스포츠, 기업 추가출연 요구 시점
롯데 수사 등과 맞물려 의문 증폭
靑내부서 정보 새나갔을 가능성
檢, 우병우 出禁깵 연루여부 조사


우병우에 깍듯한 檢?… 저자세 조사 논란 7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위쪽)과 이날 무거운 표정으로 대검찰청에 들어서는 김수남 검찰총장. 양회성 yohan@donga.com·전영한 기자
우병우에 깍듯한 檢?… 저자세 조사 논란 7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위쪽)과 이날 무거운 표정으로 대검찰청에 들어서는 김수남 검찰총장. 양회성 yohan@donga.com·전영한 기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연루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들에 수십억 원의 추가 출연금을 요구한 배경에 사정기관의 정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어 사정의 중추였던 우 전 수석의 연관성을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7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우리 뒤에 우 전 수석이 있다’고 얘기했다는 부분을 포함해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같은 날 “(해당 발언은 모르지만) 수사하는 과정에서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대검찰청 관계자의 언급이 김수남 검찰총장의 의중을 바탕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져 특수본도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는지, 소극적으로 방조했는지에 대해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씨가 좌지우지한 K스포츠재단은 롯데그룹에서 70억 원의 추가 출연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 SK그룹에는 80억 원의 추가 출연을 요구하며 이 돈을 K스포츠재단이 아닌 최 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스포츠에 송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부영, 포스코에도 출연금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 씨와 측근들이 대기업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의 약점을 십분 활용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롯데는 검찰 수사가 저울질되던 시점이었고, 부영도 국세청 세무조사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또 SK는 총수 사면 문제가 걸려 있었고, 포스코는 검찰 수사 여파가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최 씨가 청와대 내부의 민감한 사정 정보를 미리 입수해 출연금 압박에 동원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생기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여기에 개입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 전 수석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태를 방조한 책임은 남아 있다. 최근 시민단체는 우 전 수석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형사 고발했다. 민정수석은 대통령 주변 측근의 비리를 파악해 감찰해야 한다. 그런데 우 전 수석이 최 씨의 국정 개입을 미리 알고서도 묵인 및 방조했다는 시각이 있다. 직무유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범죄다.

 각종 의혹에 대해 우 전 수석은 지인들에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토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 전 수석이 웃음 띤 얼굴로 팔짱을 낀 채 공손한 자세의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인력과 휴식을 취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검찰의 ‘황제 조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우 전 수석은 6일 의경인 아들의 보직 특혜 논란, 가족회사 횡령 혐의 등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특별수사팀 조사를 받았다. 우 전 수석은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윤갑근 대구고검장과 차를 마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우 전 수석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차관급 이상의 전·현관은 조사 전 차를 마시는 관행이 있고, 수사팀이 공손한 제스처를 보인 건 사진 한 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수사 초기에 우 전 수석 자택 압수수색을 거르고, 휴대전화도 확보하지 않는 등 통상의 수사 방식과 다른 모습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배석준 기자
#최순실#우병우#황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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