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만나… 김병준 총리 지명 사실상 철회
靑 “총리에 내각 구성권 넘길것”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사실상 철회하고 국회 추천 총리에게 내각 통할의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최순실 사태’의 수습 방안을 찾기 위해 야당이 요구해 온 조건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시간 벌기용 국면전환 카드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거듭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총리의 ‘실질적 권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야당도 12일 민중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정국 해법의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반대만 되풀이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준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으고 국회가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 의장은 “차후 (총리) 권한 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신임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해 그런 취지를 잘 살려 나가도록 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야당은 그동안 청와대의 여야 대표 회담 제안에 대해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새 총리 인선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 수용, 박 대통령 탈당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박 대통령이 이 가운데 사실상 김 후보자 지명 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 인선을 수용하고, 새 총리에게 “실질적 내각 통할권 보장”을 약속한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총리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주는 것이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이) 내각 구성 권한을 왜 (총리에게) 넘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말한 실질적 권한이 바로 장관에 대한 총리의 임명제청권”이라며 “총리가 추천한 장관 후보자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조각권 등 어디까지 권한을 부여할지, 박 대통령 자신은 2선으로 후퇴하는 것인지 등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앵무새처럼 ‘통할’이라는 말만 하고 갔다”며 “내각 지명권을 주고 청와대가 내정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어렵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성난 민심은 하야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는데 대통령 자신은 아무 입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나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지만 박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지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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