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정국/자중지란 與]친박 “사태 수습 9분능선 넘어”
유승민 “여야가 해법 찾을때” 김무성은 “국민 더 좌절” 비판
이정현, 서청원-김무성 등 포함 재창당 준비위원회 구성 나서
비주류 일각선 분당 시사하며 압박
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임명 선언에 새누리당은 악화 일로를 걷던 ‘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도 “정국 수습의 첫 단추를 겨우 끼웠다”는 반응과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 새누리당, 한 고비 넘겼지만…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에 “참담하다”고 했던 여권 대선 주자들은 이날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한 데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유승민 의원은 “일방적 총리 지명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며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사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수습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야당이 먼저 중립적인 인사를 국무총리 후보로 내놓고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불통·독선 대통령이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인 점에서 진일보했다”며 “야당은 초헌법적인 ‘2선 후퇴’ 주장을 그만두고 국회에서 해야 할 역할을 하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 가던 비주류 의원들도 한 고비 넘겼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3선 이상 비주류 중진들의 ‘구당(救黨) 모임’ 간사 격인 황영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사태 수습의 첫걸음을 잘 내디뎠다고 본다”며 “남은 문제는 현 지도부 퇴진을 포함한 쇄신 방향”이라고 했다. 총리 추천권을 포함해 일단 난국 수습의 ‘공’이 야당으로 넘어간 만큼 당분간 당 쇄신에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날 ‘대통령 탈당’ 카드를 꺼낸 김무성 전 대표 등은 정국 수습책이 안 될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국회의장 면담에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갑작스러운 국회 방문 소식에 대해 “만나지 않겠다는 야당 대표를 찾아다니는 시도는 참 잘못됐고 국민의 마음을 더 좌절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당내 자중지란은 여전
주류인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이 오늘까지도 추가 메시지가 없을 경우 친박 지도부가 먼저 나서 대통령에게 ‘김병준 지명 철회’를 요구하려고 했다”며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했으니 9분 능선을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조만간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당 쇄신책의 로드맵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에 따르면 재창당 준비위는 서청원 김무성 심재철 원유철 이주영 정갑윤 정병국 의원 등 5선 이상 중진 7명과 4선 중 원내대표를 지낸 유승민 최경환 의원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꾸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준비위가 자리를 잡는 시점에서 사퇴하는 수순을 밟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주류 의원들은 현 지도부 퇴진 후 비상대책위원회 주도로 일신(一新)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오히려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이 대표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인재영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분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미 의원들은 이정현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저항에도 변화가 없다고 하면 갈라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내홍 속에 자중지란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날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선 하태경 의원이 국정감사 당시 최순실의 증인 채택을 막은 원내지도부에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누가 뭘 막았다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김 수석부대표는 “내 책임이니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실제 사퇴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전북 전주을이 지역구인 정운천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에서 배제된 데 반발하며 국회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정 의원은 “친박계인 김선동 의원(서울 도봉을)으로 갑자기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정 의원이 지도부 퇴진 주장을 밝힌 데 따른 ‘괘씸죄’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 수석부대표는 “의석수에 따라 권역별로 할당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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