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하야 언급없이 “2선 후퇴”
안철수 “마지막 애국” 하야 고수… 박원순도 조기대선 거듭 요구
안철수-박원순 9일 회동… 연대여부 주목
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발언을 기화로 야권 대선주자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그룹이 ‘문재인 대(對) 안철수-박원순’의 구도로 재편될 조짐을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오전에 만나 시국 해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만남이 ‘박 대통령 하야’ 공동투쟁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반(反)문재인’ 전선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이 같은 구도 변화는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이들 3명의 태도에서도 예견됐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하야나 퇴진이란 말을 쓰지 않는 대신 몇 가지 선결 조건을 내걸며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반면 안 전 대표와 박 시장은 박 대통령 퇴진이라는 한목소리를 냈다.
8일에도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 추천 총리에게 조각권과 국정 전반을 맡기고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선다는 게 거국내각의 취지”라며 “(박 대통령의 발언은) 민심과도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할 것을 약속하고 총리가 선임되는 대로 물러나는 게 대한민국을 위해 마지막으로 애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총리에게 권한을 모두 주고 하야하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한 것이다.
박 시장은 공식 반응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박 시장 측은 페이스북에 “국민은 불안정한 대통령에게 국정의 일부라도 맡기기보단 즉각 퇴진과 조기 대선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 대통령이 무엇을 수용하든 그렇지 않든 ‘박 대통령의 퇴진’이라는 큰 뜻에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안 전 대표와 박 시장 측은 일단 두 사람이 제안한 비슷한 회의체 구성의 첫 번째 협의 상대로 서로를 골랐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이날 제안한) 정치지도자회의 구성을 위한 물밑 접촉이 끝난 뒤 입장이 가장 유사한 박 시장을 골랐다”고 말했다. 박 시장 측도 “박 시장이 전날 제안한 비상시국원탁회의도 있고, 두 분이 비슷한 현실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답보 상태를 보이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과, 야권 일각에서 “문재인으로 (대선 승리가) 되겠는냐”는 여론이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는 평가 등을 고려해 후발 주자인 두 사람이 공동 전선을 결성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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