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력에 한국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 안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될 한미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무기로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21세기평화연구소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6년 미국의 선택, 한반도의 미래’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고 트럼프 집권 시 예상되는 대한(對韓) 외교안보 정책과 대응책을 점검했다.
○ 대선 후보 트럼프 vs 대통령 트럼프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안보 시스템 안에서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둘러싸인 동아시아 안보 현황에 대해 세부적인 보고를 받고 미국의 역할에 대한 보좌진의 조언을 듣게 되면 후보 시절의 극단적인 생각이 현실적인 정책으로 대폭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인식이었다.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가 신고립주의 및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하나로 주한미군을 철수할 경우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역할이 약해질 것”이라며 “그러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현저히 약화되고 중국이 부상하는 결과를 불러올 텐데 이는 트럼프가 선거 기간 내걸었던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와 정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트럼프는 집권 이후 정책 조율 과정을 거쳐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관여 정책을 선택적인 관여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도 “트럼프가 선거 기간에 했던 말들이 실제로 정책화된다면 군사안보적인 면에서 중국이 숨 쉴 공간을 미국이 스스로 넓혀 주는 자가당착이 될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철저히 사업가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주둔비의 절반을 한국이 대는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자충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동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는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끌어내고자 지렛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철희 원장은 “트럼프가 집권하기 전 한미동맹이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쌍무적인 것이고, 한국은 천문학적인 방위비를 내가며 비싸게 승차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제적으로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북핵 문제 해결과 대북 압박 동력 상실 우려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8년 임기 동안 유지해온 고강도 대북 제재 등 대북 압박 기조가 정권 이양기 및 트럼프 집권 초기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인택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인 대북 정책을 내놓기 전까지 대북 제재의 시계가 멈춰서면서 김정은은 숨 돌릴 시간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과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했다가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할 것”이라고 하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김한권 교수는 “중국은 ‘북한은 못 버린다’는 입장이 확실하고 미국은 어떤 태도를 취할지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한국으로선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트럼프가 일자리 및 이민 문제 등 국내 문제를 가장 우선시하고 이후 오바마 정부의 최대 외교적 성과로 트럼프가 선거 기간에 비판해온 이란 핵협상 및 쿠바 국교 정상화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 이슈에 집중한 뒤 후순위로 북핵 문제를 돌아볼 것이란 분석이다. 이동선 교수는 “우리 정부는 북핵에 관심을 가져 달라며 환기하는 수준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북핵 해법을 마련해 트럼프와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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