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입지가 좁아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의 충격을 발판으로 반격에 나섰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조원진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대통령 탈당 발언은 국민 동의를 얻기 힘들다”면서 “비주류의 행동이 이해는 가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장우 의원도 “당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당을 가르는 발언들이 당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비박 진영에 공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이날 친박계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공개 회동도 열렸다. 김태흠 의원은 모임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순실 게이트’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면서도 “비박들은 당내 갈등을 조장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근 지도부 사퇴 요구 등에도 가급적 공개 대응을 자제했던 친박계가 약속이나 한 듯 공세로 전환한 배경을 두고 “친박계가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관리 능력을 내세워 당내 주류로 자신감을 찾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트럼프 현안 보고’ 형식으로 진행하고, 관련 세미나도 열었다. 당 정책위원회는 ‘트럼프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부와 함께 선제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에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시선을 분산시켜 ‘최순실 정국’을 돌파하려는 속셈”이라고 일축했다. 친박계가 국정 관리 능력을 과시해 야권은 물론이고 비박 진영까지 싸잡아 국정 공백을 초래한 세력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합의로 국무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등의 최근 행보가 친박계에 자신감을 더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정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전향적인 자세를 몇 번이나 보여줬느냐. 이제 모두가 응답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박 진영이 지도부 사퇴 이외에 향후 구체적 정국 수습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친박계 반격의 빌미를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재창당’을 얘기하면서도 그 의미조차 통일되게 제시하지 못하는 비주류 집단은 국정을 이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