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분노의 주말’… 경기교육청, 중고생 참여 독려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2일 03시 00분


[최순실 게이트]12일 서울도심 대규모 촛불집회
학교에 ‘의사표현 징계 지양’ 공문… 교육부는 “공문 취소하라고 못해”
전교조 출신 주도하는 청소년단체… 전국서 학생 실어나를 버스 운행
경찰, 도심행진 조건부 허용… 주최측 “경복궁역 삼거리까지 갈것”

 
‘3차 촛불’ 전야제 3차 촛불집회를 하루 앞둔 1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 도로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대회 전야제’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과 푯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3차 촛불’ 전야제 3차 촛불집회를 하루 앞둔 1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 도로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대회 전야제’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과 푯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국의 분수령이 될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는 1, 2차 집회와 달리 노동단체 등이 대규모로 참가할 예정이어서 과연 평화 시위 기조가 유지될지 관심이 쏠린다.

 또 집회에는 전국에서 중고교생까지 대거 모일 것으로 예상돼 교육계도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11일 각 학교에 사실상 학생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 시국선언 관련 의사표현 및 단체행동에 관한 협조’라는 제목의 공문에는 △학생의 의사표현 행위 자체를 이유로 경고나 징계 지양 △의사표현의 절차와 방법에 대한 생활인권교육 실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의 집회·결사 자유가 보장되는 근거로 헌법과 초중등교육법, 유엔 아동권리협약,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관련 조항까지 붙임자료로 전달했다. 경기지역 한 학교 교장은 “안전사고 예방 차원이라지만 일부 편향된 교사들은 ‘교육청에서 공문도 왔으니 집회에 참여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얘기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이 주도하는 청소년 단체 ‘21세기 청소년공동체희망’ 측에는 중고교생 400여 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 단체는 9000원만 내면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오는 버스(왕복)를 제공하고 도시락도 주기로 했다. 학생들은 12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리는 청소년 시국대회에 갔다가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한다. 이 단체는 2013년 ‘전교조 탄압저지 촛불문화제’, 올해 ‘전교조 전임자 해고하는 진보교육감 각성 기자회견’ 등에 참가했다.

 교육부는 경기도교육청의 공문 발송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집회 참가 학생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부모 몰래 서울로 갈 때 안전 문제도 있는데 교육청에서 면죄부를 주는 식의 공문을 보내 사실상 참여를 독려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문 내려 보낸 걸 취소하라고 할 수도 없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희망의 활동도 알고 있지만 학생들 참여를 막거나 숫자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교육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특정 집단에서 버스를 대절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집회에 동원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집회가 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대규모 인파로 혼잡해 안전사고가 우려되니 각별히 유념해 달라”며 “정부도 미아보호소를 운영하고 응급 인력을 배치하는 등 안전사고 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경찰은 도심 행진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주최 측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서울광장에서 청와대로 진입하는 길목인 종로구 내자동 로터리까지 이르는 4개 경로 등 총 5개 경로의 행진을 신고했다. 경찰은 그중 마로니에공원 쪽을 지나는 경로는 행진을 허용하고 청와대 방면 경로 4곳은 내자동 로터리를 지나는 율곡로 남쪽까지만 행진하도록 제한 통고를 내렸다. 주최 측은 “청와대에서 200m 거리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와대 방면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경복궁역 삼거리까지는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구역이 각각 종로, 서대문, 을지로 등을 거치는 경로여서 행진 시간대에 이 일대 차량 통행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후방에서는 살수차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KAIST 교수들이 개교 이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11일 시국선언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KAIST 교수협의회는 이날 전체 교수의 절반가량인 293명이 서명한 시국 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개교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최지연 기자
#서울도심집회#시국선언#민중총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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