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포레카 前대표 “난 낙하산… 뒤에 어르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2일 03시 00분


[최순실 게이트]포스코 인사에도 비선개입 의혹
‘지분강탈’ 1년전부터 말하고 다녀… 권오준회장, 비선인사 연루 가능성

 
권오준회장 소환조사 대기업 총수중 처음 차은택 씨 등이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의 지분을 빼앗으려 한 사건의 참고인으로 소환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권오준회장 소환조사 대기업 총수중 처음 차은택 씨 등이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의 지분을 빼앗으려 한 사건의 참고인으로 소환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46)가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하기 1년 전부터 회사 직원들에게 “내 뒤에 어르신이 있다”고 공공연히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는 2014년 3월 포스코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의 대표가 됐고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구속),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55) 등과 함께 지난해 3∼6월 컴투게더 대표 A 씨에게 포레카 지분 80%를 넘겨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47)가 지인인 이동수 KT 통합마케팅본부장(전무)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받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인사에도 비선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11일 “김 전 대표가 포레카 직원들에게 ‘내 뒤에 어르신이 있다’ ‘나는 낙하산으로 왔다’는 등의 말을 하고 다녔다”며 “처음 왔을 때도 전임 사장(64)과는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어서 의아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있나 보다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비선 실세의 비호 아래 포스코그룹에 입사했다면 포레카 강탈 시도는 이미 1년여 전부터 ‘설계’됐다는 얘기가 된다. 계열사 대표들의 인사는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하기 때문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66)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컴투게더 대표 A 씨를 압박할 당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의 친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2012년부터 포레카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4년 12월 컴투게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을 때 광고업계에서는 “쥐가 고양이를 잡아먹은 꼴”이라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한 중소광고업체 대표는 “컴투게더는 그때 당장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했을 정도였는데 대기업 광고 계열사를 인수한다고 해서 다들 놀랐었다”고 말했다. 차 씨 사단이 김 전 대표를 미리 포레카에 심어둔 뒤 컨트롤이 용이한 중소업체를 중간에 내세워 경영권을 가져오려 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차은택, 송성각 씨는 모른다”며 “포레카 건에 대해서는 검찰에 다 소명했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1일 오후 7시 권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과정을 조사했다. 최순실 씨(60·구속)의 국정 농단 의혹에 관해 대기업 총수가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회장이 불법행위에 개입하거나 묵인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민 기자
#포레카#차은택#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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