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어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내년 1월 21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여야 협의를 거쳐 국무총리가 임명되고 중립내각이 출범하는 즉시 일정에 상관없이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말도 했다. 그동안 이 대표가 “밀려서는 절대 사퇴 안 한다”고 고집 부리던 태도와는 달라졌지만, 이 정도의 타협책으로 당내 비박(비박근혜)계와 야당은 물론이고 국민을 설득하기란 불가능하다.
당장 비박계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거부 반응이 나왔다. 그 대신 비박계 의원들과 비주류 중진들은 어제 별도의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건강한 보수의 가치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새누리당으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정 정상화를 위해선 거국내각 구성이 시급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언급한 사람도 있었다. 새누리당 내에서 이런 주장까지 나왔다는 것은 상식적인 해법으로는 ‘촛불 민심’을 진화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런 목소리는 지도부에서, 그것도 박 대통령의 그늘에서 권력을 누려 온 친박(친박근혜)의 입에서 먼저 나왔어야 했다. 국민은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도 그 책임을 묻고 있다. 한국갤럽의 11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17%로 더불어민주당 31%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17% 지지율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저다. 그런데도 친박 세력은 여전히 당권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이 대표는 10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제값으로 대접해 준 사람은 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어도 인간적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주인을 섬기는 ‘머슴의 의리’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야당은 친박 지도부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현 지도부가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야당과 국정 수습책을 논의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즉각 퇴진해야 한다. 그 다음에 새누리당이 재창당이든 발전적 해체든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의 싹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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