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에 응답하라/‘식물 대통령’ 해법은]차기 정부까지 ‘징검다리’ 어떻게
과도내각, 대선관리-개헌 집중… 거국내각, 권한 놓고 여야 엇박자
‘100만 촛불 정국’의 정치적 수습책이 무엇이 됐든 차기 정부까지의 ‘징검다리 내각’이 새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에는 여야 모두 동의한다. 문제는 징검다리 내각 총리의 권한과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지를 놓고 청와대와 여야의 생각이 다르고, 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한 데 이어 최근 야당 일각에선 과도내각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거국내각과 과도내각은 내각의 기능과 구성, 그리고 임기 면에서 구별된다.
일단 국무총리를 서둘러 인선해야 한다는 데는 차이가 없다. 야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2선 후퇴’와 ‘전권 이양’을 명확히 밝힌 뒤 여야가 합의해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거나, 아니면 헌법 71조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에 준하는 총리를 임명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박 대통령의 현재 상황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사실상의 사고’라고 규정하면 새 총리는 사실상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순전히 명목상의 ‘의전 대통령’에 머물러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군(軍) 통수권과 계엄령 발동 권한, 국가상징으로서의 외치(外治)와 내치(內治)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등을 합의해야 한다고 본다.
과도내각은 특정 시한까지 특정 목적을 염두에 둔 내각이다.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선언하거나, 개헌을 통해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될 때 적합하다. 역사적으론 이승만 대통령 하야 후 허정 과도내각이 있다.
내각 구성 면에서 거국내각은 여야를 아우르는 인사가 국무위원에 포진한다는 개념이다. 총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띠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에 협조 혹은 묵인한 새누리당 인사들이 내각을 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과도내각은 국회, 특히 야당 주도로 추천된 총리가 이끌면서 이 총리가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는 한 거국내각이 구성되면 다뤄야 할 굵직한 경제, 안보 현안이 쌓여 있다. 과도내각은 이런 거시적 정책까지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실적으로는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과 개헌, 그리고 조기 대선 관리 정도밖에는 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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