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대중의 민심은 다양한 풍자로 표현됐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민중총궐기 집회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를 향한 거대한 풍자의 장(場)이었다.
집회 현장 곳곳에선 최 씨가 검찰 출석 때 신었던 ‘프라다’ 신발을 빗대 ‘구라다’라고 적은 만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슬로건으로 사용했던 ‘Make America Great Again’을 패러디한 ‘Make Korea Great Again’이라고 쓰인 피켓이 등장했다. 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닭의 모가지를 비튼 조형물 등도 등장했다. 시민들은 ‘대텅령’(크게 빈 대통령)이라고 써 붙인 빈 대형 생수통을 손에 들고, 자원봉사단체 ‘봄꽃밥차’가 실제 두유에 풍자 스티커를 붙여 나눠준 ‘박근혜 그만두유’를 받아 기념사진을 찍는 등 풍자의 대열에 동참했다.
박 대통령과 최 씨를 둘러싼 의혹들이 워낙 다양한 만큼 패러디 방식 또한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았다. 본집회가 시작되기 직전엔 한 시민이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겠다”며 ‘늘품체조’를 풍자한 3500원짜리 ‘하품체조’를 선보이기도 했다. 차은택 씨(47·구속)가 기획한 늘품체조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3억5000만 원의 예산을 들였다. 한 발언자는 “대통령이 마트에만 있는 줄 알았던 ‘1+1’이었다”고 해 큰 웃음을 유도했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김문인 씨(31)는 친구들과 함께 ‘아빠표 순실치킨’ 현수막을 광화문광장에 내걸어 인기를 끌었다. ‘나라 말아먹는 맛’이라고 쓰인 현수막엔 최 씨의 얼굴을 배경으로 박 대통령 얼굴을 한 닭이 겹쳐 그려져 있었다. 김 씨는 “부끄러운 이 상황을 디자이너이자 관찰자의 입장에서 다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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