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20)는 ‘최순실 게이트’ 곳곳에서 등장한다. 검찰은 정 씨의 독일 현지 승마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35억 원을 송금한 의혹을 받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13일 소환 조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체육계 비리 척결 주문과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장의 좌천 인사는 정 씨가 전국승마대회에서 2위에 그친 데 대한 최 씨의 불만에서 비롯됐다. 정 씨는 이화여대 특혜 입학에다 학사 관리에서도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야는 어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기 위한 별도의 특별검사법안에 합의했다.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되면 특검은 대통령의 임명과 준비 절차를 거쳐 내달쯤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에는 최 씨와 언니 최순득, 조카 장시호 씨 외에 정유라 씨의 이름과 함께 그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독일에 있는 정 씨를 아직 소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 씨가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귀국할 당시 그의 변호인은 “20세밖에 안 된 딸이 세상에서 모진 매질을 받게 된 데 대해 어미로서 가슴 아파하고 있고 관용을 베풀어 주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딸을 소환하지 않는 대가로 최 씨의 귀국을 종용한 것이라는 의심도 든다. 최 씨가 자신의 국정농단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혐의를 확인해줄 정 씨의 소환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해 대기업 총수들을 소환 조사했으나 “과거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자금을 건네는 일이 있었다”는 이상의 답변을 끌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수사가 이렇게 부실하면 박 대통령이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이라고 언급한 수준을 넘지 못할 우려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대통령이 그어놓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못하고 정 씨 등 최 씨 일가에 대한 수사가 미진한 상태로 특검에 넘어간다면 촛불 민심의 분노는 검찰을 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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