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표절논란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기획사도 최순실 회사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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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최순실씨, 국가브랜드 사업도 관여 의혹

 새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 개발 사업을 주도했던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실소유주가 최순실 씨(60·구속)인 정황이 드러났다. 15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2014년 8월 행사대행 업체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설립 당시 주소지는 ‘더플레이그라운드’의 지난해 1월 설립 당시 주소지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창조경제추진단장이었던 차은택 씨(47·구속) 측근인 김홍탁 씨(55)가 설립한 더플레이그라운드는 본보 보도(15일자 A8면)를 통해 최 씨 실소유 회사로 밝혀진 상황. 한 곳에서 생긴 두 회사 모두 최 씨의 지배하에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5개월 간격으로 급조된 ‘한 지붕 두 가족’


 두 회사의 설립 작업은 최 씨 거주지였던 서울 강남구 미승빌딩과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급하게 추진됐다. 두 회사의 설립 주소지는 2008년 설립된 뒤 지난해 4월 공식 파산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대행업체 ‘S사’가 있던 자리다. 현재는 같은 층에 있던 다른 업체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관계자는 “S사가 파산 직전까지 간 뒤 사무실을 비워 지난해 2월 중순부터 들어왔다”면서 “S사 이외에 더플레이그라운드와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존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아레나는 S사가 2014년 3월부터 주관한 광고·마케팅계 명사강연 행사인 ‘크리에이티브 아레나’와 이름이 같다. 그해 8월 크리에이티브아레나는 이 이름을 따 신생 회사를 설립했고 명사강연 행사는 ‘광고계의 빅 이벤트’로 소개되며 이후 9개월 동안 4차례 동안 진행됐다. S사와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연결고리가 많은 셈이다.

 김 씨가 세운 더플레이그라운드도 각 분야에서 사람들을 급히 모았다. 설립 당시 더플레이그라운드 사업 참여를 제안받았던 A 씨는 “김 씨와 우리 회사 광고에 대해 가벼운 논의를 마치고 얼마 뒤 사업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해 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주도한 새 국가 브랜드 사업도 급하게 추진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총 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는데 올해 7월 브랜드 공개 직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프랑스가 2015년부터 사용해 온 산업 분야 브랜드 ‘크레아티브 프랑스’, 영국이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당시 내세웠던 ‘크리에이티브 브리튼’ 표어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대국민 공모전 개최, 홍보영상 제작 등에 2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국가 브랜드가 된 ‘창조(Creative)’라는 단어는 공모 당시 수상작은 물론이고 순위에도 없던 단어였다. 최근 최 씨가 이 사업을 기획하고 직접 기획안까지 수정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 지난해부터 시동 걸린 최-차의 ‘국정 농단’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설립된 2014년 8월은 차 씨가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되며 공직에 ‘데뷔’한 시기와도 겹친다. 그해 8월 문체부 지원을 받아 융복합 뮤지컬 ‘원데이’를 제작한 차 씨는 또 문체부 지원을 받아 3개월 후 ‘늘품체조’를 기획해 선보였다. ‘원데이’와 ‘늘품체조’는 현재 차 씨의 이권개입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한 주소지에서 설립된 두 회사는 이후 한동안 한 몸처럼 행동했다. 지난해 2월 더플레이그라운드는 주소지를 논현동으로 옮겼는데 이곳은 미르재단의 전신으로 알려진 광고회사 ‘모스코스’의 주소지다. 같은 시기부터 크리에이티브아레나도 자사 주최 행사의 홈페이지에 회사 주소를 모스코스의 주소지로 올렸다.

 모스코스의 설립에도 이들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김홍탁 씨가 모스코스의 대표를,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당시 대표 김모 씨(36)가 사내이사를 맡은 것이다. 지난해 7월 김홍탁 씨가 대표에서 물러난 뒤 차 씨의 ‘비선’으로 알려진 미르재단 전 사무부총장인 김성현 씨(43)가 대표에 올랐다.

 논현동으로 옮긴 뒤 이들은 본격적으로 각종 이권 사업에도 개입했다. 지난해 6월 더플레이그라운드는 포스코 광고계열사 ‘포레카’ 지분 강제 매입에 나섰다. 이에 실패한 뒤 지난해 10월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로 새로 단장했다. 현대·기아자동차, KT 등 대기업으로부터 120억 원어치의 광고를 수주했을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당시 열린 문화행사의 기획을 맡기도 했다. 모스코스는 지난해 6월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로 사명을 바꾸고 박 대통령 홍보 프로젝트인 ‘만인보’ 활동에 참여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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