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엘시티’ 개발 사업에서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등장한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꺼리던 사업을 맡은 데다 중국 업체가 철수한 뒤 불과 10여 일 만에 시공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PFV는 지난해 4월 6일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가 시공 계약을 해지한 뒤 불과 11일 뒤인 17일 포스코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자칫 사업이 표류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단기간에 구원투수를 찾아낸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건축사업 담당임원은 “사업성 및 타당성 검토 등에 최소 2, 3개월이 걸리며 금융 문제까지 끼면 1년 이상도 걸릴 수 있다”면서 “윗선의 ‘결심’이 없다면 이렇게 빨리 사업 참여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엘시티PFV로부터 3월부터 제안이 와 두 달 가까이 충분히 검토했다”며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다른 건설사들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과 비슷한 시기에 사업 제안을 받은 다른 건설사들의 판단은 달랐다.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은 책임준공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고 상가와 레지던스 호텔의 사업성도 낮다며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책임준공은 시행사 부도 등 어떤 상황이 와도 시공사가 책임지고 공사를 마치는 방식이다. 규모가 큰 부동산사업에서 건설사들이 책임준공을 약속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다른 건설사들은 엘시티PFV의 재무 상태에도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공개된 엘시티PFV의 2014년 감사보고서에는 ‘당기영업손실이 116억 원이고, 차입금 만기가 6개월∼1년으로 짧다. 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수익성이 떨어지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당시 포스코건설 간부진이 이런 부분을 간과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2013년 대우건설도 이런 점에 우려를 표하고 발을 뺐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엘시티PFV의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66·구속)이 최순실 씨와 같은 친목계 회원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 씨에게 도움을 요청해 포스코건설을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날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임관혁)는 “(이 회장이 엘시티 사업 비리로 챙긴) 500억여 원의 용처 상당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최 씨와의 친분 의혹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는 사람으로, 언론 보도를 보고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며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초기 수사를 맡았던 부산지검 동부지청 관계자가 이 회장의 로비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이 회장 측이 검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제기한 허위 제보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