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대통령 퇴진 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그동안 수세였던 청와대가 강경한 버티기로 돌아서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퇴진 투쟁’에 발을 담근 이상 박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발을 빼기 어렵기 때문이다. ○ 퇴로 희박한 퇴진운동 돌입
퇴진운동본부장을 맡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전국 각지에서 시·도당 중심으로 퇴진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장외투쟁을 공식화했다. 전날 문재인 전 대표가 얘기한 ‘모든 야당,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하는 비상기구’ 제안을 당이 고스란히 받은 셈이다.
민주당은 지역별 시국집회를 시작으로 퇴진운동본부를 1987년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처럼 야3당·야권 대선주자·시민단체·노동조합·종교계를 망라하는 범국민기구로 키울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퇴진 운동의 구심점을 만들고 시민사회와 공조해 하야를 요구하는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퇴진운동본부를 통한 장외투쟁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대통령이 끝까지 퇴진을 거부할 경우 후속 카드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봉기(蜂起)’를 할 수도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3선의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참으로 나태하고 안이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이미 특검까지 대비하며 길게 보고 있는데 우리는 구체적인 계획도, 대안도 없이 막연할 뿐”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도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기국회 이후에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레 전망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통화에서 “다음 달 2일 예산안이 처리되고 나면 여야가 국회에서 로드맵 논의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국회와 국민이) 함께 압박을 하면 박 대통령도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도 탄핵 얘기가 나왔다. 친문 인사로 꼽히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 특검, 탄핵 등 모든 절차를 거치면서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최후 수단으로 (탄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퇴진 운동과 동시에 탄핵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여당을 설득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야권 공조는 ‘삐걱’
그러나 같이 대통령 퇴진을 외치면서도 야권 공조는 삐걱댔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퇴진운동본부 출범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기구를 만들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선을 그었다. ‘선출 권력’인 국회는 국회대로 수습책을 찾되, 필요하면 시민사회와 협의하자는 얘기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주도권 싸움도 벌어졌다. 박 위원장이 야권 원로인 함세웅 신부와 야3당 대표의 오찬을 예고했지만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불참을 발표했다. 이른바 ‘추 대표의 비선 실세’ 논란의 당사자인 민주당 김민석 전 의원과 추 대표는 의혹을 제기한 박 위원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여야 일각에서는 장외투쟁 대신 국회에서 수습책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새누리당 정병국, 민주당 민병두 박영선 우원식, 정의당 김종대 의원 등 14명은 이날 모임을 갖고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국회 본회의나 전원위원회 소집을 촉구했다. 국회의원들이 모두 모여 총리 추천 방식 등 향후 로드맵을 결정해 대통령을 압박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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