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가 유발한 정파들 간의 갈등과 대립이 국정 자체를 파탄에 이르게 할 지경이다. 국가라는 존재 자체를 희화화시킨 ‘국가적이고 역사적인’ 죄업에 국민들 대다수가 분노하고 하야를 요구함은 현 사태의 본질상 당연하다. 문제는 격앙된 국민적 감정을 국민 의사로 승화시킬 책무가 있는 정치인들이다.
대통령이 국정수행 과정에서 법을 위반하거나 심각한 과오를 범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는 하야 요구나 탄핵이 있다. 두 방식 모두 헌정중단은 결코 아니다. 필자 개인적으로 박 대통령의 죄과에 합당한 방식은 탄핵이라 판단한다. 탄핵소추를 통해 국가통치의 엄정함과 엄중함을 국가적 차원에서 확인하고 확립하면서 실추된 국가적 위상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은 탄핵이든 하야이든 또는 정치적 타협의 방식이든 정밀하고 신중한 정치적 판단 과정을 통해 정치노선을 수립한 후에는 일관된 행동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여당은 치졸한 수준의 지리멸렬 상을 드러낸 지 오래고, 야당에는 현안에 대한 깊은 성찰은 보이지 않고 오직 정권 장악의 호기를 만난 흥분 속에서 헌법의 존재마저 안중에서 사라진 듯하다.
하야와 탄핵이 헌정중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회피한다는 명목으로 제시한 대통령의 전면적인 2선 후퇴란 헌법 조문들을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다. 동시에 국내외에 우리의 국가원수는 허수아비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와 함께 헌법 71조를 원용하려는 시도는 헌법 해석의 자의성이나 편법 차원을 넘어 사고(思考)의 혼란이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의 사망이나 행방불명 등의 궐위 상태 이외에 ‘사고’, 말 그대로 불의의 사건이나 질병 등에 의한 심신장애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를 대비한 조항이다.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불능상태에 이른 것은 ‘불의의 사고’ 때문이 아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범법행위가 드러나 국민적 불신임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범법행위는 법적 처단의 대상이지 공직을 허구로 유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아니다.
소위 ‘질서 있는 퇴진’이 헌정질서를 침해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거리에 나가 직접 구호를 외치는 행동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절대 다수의 국민이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권타도 투쟁이 그리 큰 결단이나 용기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국회의원이나 공직자가 거리 투쟁을 본격 전개하겠다면 그 직을 사임하고 당당하게 나섬이 올바른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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