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외면에 커지는 분노… 전국서 “주말 촛불 다시 모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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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곳서 대규모 4차 집회 예고

 “퇴진하겠다고 하기는커녕 검찰 조사도 안 받으려고 버티는 것 같아요. 12일 촛불집회 직후 ‘민심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던 얘기는 말짱 거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요?”

 서울 중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 씨(28·여)는 16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함께 점심을 먹던 회사 상사도 “민중가요를 다시 배워 촛불집회에 나가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이리저리 피하려는 모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식당 테이블마다 대통령 이야기밖에 안 하더라. 언제까지 국민의 속을 썩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조사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16일에도 검찰과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국민들의 분노가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19일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해 이번에야말로 민심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자”고 뜻을 모으는 국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 100여 곳에서 분산 개최되는 19일 집회에는 총 100만 명 이상이 모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16일 박 대통령이 부산 엘시티 비리 의혹과 관련해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고 연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지시하자, 국민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에는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등장했다.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그랬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본인 사건이나 책임지고 조사 받아라”, “범죄자가 누구한테 지시를 하냐” 같은 댓글이 붙어 수천 개의 추천을 받았다. 직장인 전모 씨(31)는 “박 대통령이 다른 이슈를 끊임없이 꺼내 시간을 끌면서 지칠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촛불집회 참여 의지로 번지면서 인터넷에는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나아가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17∼19일 전국 60여 곳에서 열리는 집회 정보를 모은 ‘대동하야지도’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사진은 올라온 지 2시간 만에 약 150차례 공유되는 등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 다른 단체는 19일 집회에 쓸 용품으로 ‘Haya(하야) 손수건’과 ‘팔찌’를 제작해 배포하겠다며 모금을 시작했다. 이 글에는 “작은 힘이지만 보태겠다”, “집회엔 못 가지만 돈은 보낸다”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는 수험생들도 대거 촛불집회에 나설 것으로 보여 19일에는 10대들의 참가가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사 김희동 씨(30)는 “17일에도 집회가 열린다고 해 수능이 끝나자마자 학생들과 함께 집회에 가기로 했다”며 “채점, 뒤풀이도 안 하고 참석하겠다고 해 저녁이라도 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대구 경북은 물론이고 부산 경남 지역 곳곳에서도 17∼19일 촛불집회가 열린다. 경남 지역 시민단체 등이 모여 만든 박근혜퇴진경남운동본부는 16일 출범을 선언하고, 19일까지 경남 창원, 진주, 거제, 고성 등에서 각각 촛불집회와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은 박 대통령이 다음 주까지도 퇴진 등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면 26일에는 서울에서 12일에 버금가는 대규모 5차 촛불집회를 연다는 방침을 세웠다. 26일을 ‘전국 집중투쟁일’로 삼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측은 “대통령이 퇴진 입장을 표명할 때까지는 매주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애국단체총협의회 등 보수단체들도 19일 오후 서울역과 광화문 인근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잇달아 열 예정이다. 이날 참가자는 5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여 참가자들 사이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권기범 기자
#촛불집회#백남기#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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