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촛불보며 눈물…특검 맡겨주면 부역 공직자들 청산”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1월 17일 11시 27분



채동욱 “檢, 목숨 내 놓고 수사해라…특검 맡겨주면 부역 공직자들 청산”
채동욱 “檢, 목숨 내 놓고 수사해라…특검 맡겨주면 부역 공직자들 청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16일 박근혜 대통령 대면수사 앞에서 암초를 만난 검찰 후배들에게 “목숨 내놓고 수사해라”라고 조언했다.

채 전 총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어려울수록 정도를 가야 후회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채 전 총장은 “이런 대형 권력비리 관련 수사는 정치권력, 경제권력, 그런 권력자들과의 전쟁”이라며 “용기와 헌신이 없으면 무조건 진다. 또 위에서 시킨 대로 했다고 해서 검사 개개인의 직무유기가 용서되는 건 절대로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비상시국에서마저 또 검찰이 권력자들과 제대로 싸우지 못 해 정의를 세우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또 길거리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며 “우리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남을 것인지, 또는 권력의 개로 남을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고 독립된 검찰의 힘을 보여 달라고 촉구다.

‘최순실 특검’ 후보로 거명되는 것에 대해 채 전 총장은 “100만 촛불집회에 가족과 함께 나가 참 많은 걸 느꼈다. 이 정권 초기에 일을 하다가 제 일신상의 문제로 하차했는데 ‘그래서 더 이렇게 나라가 됐을 수도 있겠다’ 하는 그런 자책감이 들었고 국민에게 죄송해 눈물이 났다”며 “‘이건 역사의 흐름이다. 제 팔자다’라는 생각을 했다. 국민들께서 맡겨주신다면 사감 없이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서 무엇이든 간에 책임은 다해야 되지 않느냐, 꼭 그래야 된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해 특검 제안이 오면 수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촛불집회에서 ‘역사적 소명의식’이 솟구쳐 올랐다는 말도 했다.

채 전 총장이 특검 맡게 될 경우에 개인적인 복수, 이른바 헌법에 금지된 자력구제가 되는 게 아니냐며 반대할 수 있다는 지적에 그는 “저는 다 내려놨다. 마음을 완전히 비웠고 거의 무심지경으로 살아간다”며 “그런 사람한테 무슨 사감이 있고 원한이 있고 복수심이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특검을 맡게 된다면 중점을 둘 부분에 대해서는 “국정농단 사태가 가능했던 것은 거기에 추종하고 방조하고 가담해서 조력했던 부역한 공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새로 역사를 세운다는 마음으로 인적 청산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전 총장은 이번 특검 법안과 관련해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합의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고 시간도 짧다"라며 "(이런 식으로는) 굉장한 고생을 할 거다.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충분한 인력과 수사권을 지원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간 내 수사 성과를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첫 검찰총장에 임명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관련 수사를 지휘하던 중 '혼외자' 의혹이 불거져 6개월 만에 낙마한 채 전 총장은 당시 정권과 타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 ‘무슨 일이든지 큰일일수록 흑과 백을 바꾸지는 말자’는 생각 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흑백을 바꾸려는 기류에 대해서는 내 몸으로 막겠다’는 마음으로 한 5개월 정도를 지냈다”며 “제가 그때 만약 타협을 했다면 ‘그 때 대처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그 뒤에 이렇게 됐다’라는 비난의 화살이 저한테 다 왔을 것이기에 아마 저는 이 나라에서 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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