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호텔업계 반대에도 법안 강행
최순실씨 일가 학교 인근 빌딩 소유… 비선 실세 입김 작용 가능성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 호텔이 공급과잉 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VIP(박근혜 대통령) 뜻”이라며 ‘학교 앞 호텔’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문체부 고위 관계자 A 씨는 관광진흥법이 개정되고 두 달이 지난 올 2월 호텔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 호텔 수가 부족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며 “연구 용역 과정에서 호텔 부족 상황을 드러내려고 통계를 왜곡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의지가 워낙 확고해 이견을 내놓지 못했지만 수급 분석이 잘못됐기 때문에 올해 안에 다시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관광진흥법 개정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챙겨온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2014년 3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편견으로 일자리를 막는 것은 죄악”이라며 법안 통과를 압박했다. 호텔업계는 “이미 서울 시내 호텔은 포화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문체부 담당자들은 “VIP 뜻”이라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결국 이 법안은 학교에서 75m 이상 떨어진 곳에는 학교정화위원회 심의 없이 호텔을 건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운영하는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호텔의 객실점유율은 2012년 64.7%, 2013년 62.9%, 2014년 63.52%였다. 호텔업계는 객실점유율 80% 정도를 이윤이 남는 마지노선으로 본다. 호텔 객실이 모자라지 않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호텔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박 대통령이 ‘학교 앞 호텔’ 정책을 밀어붙인 배경에 호텔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비선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는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호텔을 사들이기도 했다. 최 씨 일가가 소유한 건물 중 학교에서 50∼200m 이내에 있는 건물도 3곳이나 된다. 최 씨 소유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언니 최순득 씨 남편 명의의 삼성동 승유빌딩, 동생 최순천 씨 남편 회사 소유 신사동 에스플러스빌딩 등이다.
개정안 추진의 핵심 논리였던 일자리 창출과 투자 유발 효과도 미미했다. 올해 3월 개정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 시내 학교 앞 호텔 허가 건은 서울 영등포구, 강남구, 중구에서 각각 1건으로 총 3건에 그쳤다.
정작 법 개정 수혜자로 꼽혔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경복궁 옆 호텔 건립 계획(풍문여고 인근)을 돌연 취소했다. 그 대신 해당 부지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중 하나인 ‘K익스피리언스’로 둔갑했다. 차은택 씨가 지난해 4월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임명된 지 4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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