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교수들이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의 딸 정유라 씨의 과제물을 대신 해주고, 정 씨가 제출해야 할 출석 인정 서류를 직접 발급받는 등 황당한 수준의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드러났다. 입시면접관은 다른 응시생의 점수를 깎아 정 씨를 합격시키는 비교육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정 씨의 부정 입학 뒤에도 이화여대 교수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특혜를 제공했다. 정 씨는 2015년 1학기부터 올해 여름학기까지 수강한 과목 중 8개 과목 수업에 출석을 않거나, 출석 인정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출석을 인정받았다.
일부 교수는 정 씨가 어떤 서류도 제출하지 않고 결석하자 출석 인정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승마협회 홈페이지 등에서 승마대회 서류를 직접 출력하기도 했다. 또 아무런 증빙 없이 출석을 인정했다가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자료를 확보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부는 정 씨가 제출한 자료가 아닌 만큼 출석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닌 것으로 보고 이화여대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 수업에서는 담당 교수가 기말 과제를 내지 않은 정 씨를 대신해 액세서리 사진과 일러스트 등을 만들어 정 씨가 낸 것처럼 꾸민 사실도 적발됐다.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케이무크(K-MOOC)와 오프라인 시험 등으로 진행되는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은 정 씨가 외국에 머물러 기말고사를 보지 않았는데도 정 씨 명의의 답안지가 제출돼 대리시험과 대리수강 정황이 확인됐다.
정 씨는 2014년 10월 18일 이화여대 입학을 위한 체육특기자 면접 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딴 금메달을 면접고사장으로 갖고 들어가겠다고 학교 측에 먼저 요구했다. 정 씨는 면접 당시 테이블에 금메달을 올려놓고 면접위원들에게 “금메달을 보여드려도 되나요”라고 묻기까지 했다.
일부 면접위원은 서류평가 결과 정 씨보다 점수가 높았던 수험생 2명에 대해 ‘전성기가 지났다’ ‘발전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며 깎아내려 낮은 점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결국 서류평가에서 9등이었던 정 씨는 6명을 뽑는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6등으로 합격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교뿐만 아니라 정 씨 본인도 입시 관련 부정행위에 직접 관련된 것이 확인됐다”며 “정 씨의 입학을 취소하고, 관련자들을 중징계하라고 이화여대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교육부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사업비 감액을 검토하고, 대학구조개혁평가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특혜 제공과 관련된 교수들을 업무방해죄로 고발하고 최 씨 모녀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누가 이런 부정입학을 기획하고 주도했는지 등은 밝혀내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외부의 조사를 통해 입시 비리가 드러나 입학이 취소되는 것은 최근엔 매우 이례적”이라며 “대학이 특정인을 위해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실한 입시 및 학사 관리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련자에 대한 징계와 정 씨의 입학 취소 등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의 연세대 특혜입학 의혹에 대해서도 특별감사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학교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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