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영복, 정치권-軍 등 마당발 인맥…스스로 만년 을이라며 萬乙로 불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9일 03시 00분


[최순실 게이트]엘시티 로비 의혹 정-재계 긴장
기공식엔 청담동 계원들도 참석… 檢, 부산시 경제특보 피의자 소환

 
“스스로 호를 만을(萬乙·항상 ‘을’의 위치라는 뜻)이라고 붙일 만큼 주변 사람을 잘 챙겼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66)의 지인 A 씨는 이 회장이 마당발 인맥을 쌓게 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이 회장과 사업을 함께했다는 A 씨는 18일 “이 회장은 특별한 대가 없이 밥과 술을 사거나 골프비를 계산했고 우연히 지인을 만나도 스스럼없이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나는 그저 주변 사람에게 잘해 주는 게 좋으니 호를 만들면 만을이라고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화려한 인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2013년 10월 28일 열린 엘시티 기공식이었다. 이날 해운대해수욕장 앞 공사 부지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종교·문화·연예계 인사 등 500여 명이 기공식을 찾았다. 당시 이 회장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눠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참석자 중에는 이 회장과 최순실 씨(60·구속) 자매가 가입한 ‘청담동 계모임’ 회원도 있었다.

 기공식에는 당시 시공사였던 중국건축(CSCEC) 임원들도 있었다. 중국건축 홈페이지에는 천궈차이(陳國才) 부총재 등 이 회사 관계자들이 기공식 전날 서울에서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를 만났고 행사 후 이 회장과 함께 박관용 전 국회의장, 허남식 전 부산시장을 만났다는 글이 게시돼 있다. 이 회장의 지인 B 씨는 “정치인과 공무원은 기본이고 군인과 국가정보원까지 이 회장의 인맥이 정말 넓다”며 “퇴직 후 청안건설에서 근무한 군 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 7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을 때 지역에서는 “이 회장의 인맥이 워낙 강해 제대로 수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경남지역 같은 고교 출신 전현직 고위 간부가 수사팀에 압력을 넣으려 한다는 뒷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자 지역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 회장의 지인 C 씨는 “야밤에 초인종 소리가 울리거나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올까 겁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정기룡 부산시 경제특보(부시장급)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정 특보는 2010∼2012년 엘시티 시행사의 자산관리 회사 대표 등을 지냈다. 검찰이 엘시티 수사와 관련해 고위 공직자를 소환한 건 처음이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권오혁 기자
#엘시티#이영복#청안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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