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등 야권의 대선 주자들과 유력 정치인 8명이 어제 회동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퇴진 운동과 병행해 탄핵 추진을 논의해 줄 것을 야 3당과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 등 세부 수습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도 함께 요청했다.
검찰의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관련 중간 수사결과 발표만 봐도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이들 대선 주자가 제시한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은 모두 헌법에 없는 절차여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좋은 분을 추천해 준다면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겠다”고 한 발언을 염두에 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이지만 국회는 총리 임명 동의를 할 수 있을 뿐 선출 권한이 없다.
게다가 과도내각은 거국내각처럼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정치용어일 뿐 헌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용어다. 야 3당이 당리당략을 넘어 통일된 정국 수습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민주당에선 “대선 주자들이 정국 해법을 내놓으면 국민들에게 대권 욕심 때문에 나선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당장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어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준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며 “퇴진 후에도 대통령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가 설령 차기 대통령이 된다 해도 퇴임한 박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와 재판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당장 기소되지 않지만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가 퇴임 후엔 사법적 심판 대상이 돼야 한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뒤에 사면은 가능하다.
현행 헌법하에선 만일 박 대통령이 하야한다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해야 한다. 야권은 박 대통령 제안대로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서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에 실제로 들어가는 것이 옳다. 야권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지도 않으면서 총리를 추천하지도 않고 있으니 국민이 야권을 신뢰하기 어렵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