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朴대통령, 재단 모금 등 공모” 범죄 혐의자로 입건
“최순실, 올 4월까지 정상회담 일정 등 문건 180건 받아”
靑, 검찰 조사 거부… “법적 절차로 논란 매듭” 초강수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검찰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차라리 탄핵을 하라’고 배수진을 쳤다. 앞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下野)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박 대통령도 이에 버티면서 ‘대한민국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최순실 씨(60)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을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일괄 구속 기소했다.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 범죄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최 씨는 2013년 11월 박 대통령의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순방 일정과 정상회담 주요 일정을 ‘대평원’이라는 문건으로 넘겨받는 등 2013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총 180건(이 중 47건은 공무상 비밀)을 정 전 비서관에게서 받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는 같은 해 3월 정 전 비서관에게서 박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순방과 정상회담 일정을 파일명 ‘계절풍’으로 보고받았고, 같은 해 9월 박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 일정은 문건명 ‘선인장’으로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같은 해 4월 박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한 사실, 북핵 문제 관련 고위 관계자를 접촉한 사실도 보고받았다.
특히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을 비롯한 장차관 인선자료와 현 정부 출범 당시 행정부 조직도, 3월 창조경제 관련 현장방문 계획안과 11차 국무회의 자료 등까지 정 전 비서관에게서 전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를 위해 직접 각종 민원을 대기업 총수들에게 전달한 사실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올해 3월 10일경 K스포츠재단의 추가 출연금으로 롯데그룹에 70억 원을 추가로 요구할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독대했다. 독대 직후에는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이 75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 상황을 챙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독대해 “포스코에서 여자 배드민턴 팀을 창단해주면 좋겠다. (최 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가 거기의 자문을 맡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심히 유감스럽다”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동안 진행돼 온 검찰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는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며 검찰 조사에 불응할 방침임을 밝혔다.
청와대는 탄핵을 감수할 것이며 탄핵 의결 전까지는 박 대통령이 계속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정 대변인은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은 국정의 소홀함이 생겨나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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