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 “상상-추측으로 만든 환상의 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1일 03시 00분


[‘피의자’ 대통령]“특검-법정서 허물어질 사상누각” 일각 “특검도 불리하면 거부할수도”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20일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모자로 지목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상상과 추측으로 만든 환상의 집(공소사실)으로 특검과 법정에서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허물어질 것”이라는 격한 표현도 동원했다. 유 변호사는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검찰 수사 대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며 다음 주로 예고했던 대통령 직접조사 협조 의사를 뒤집었다.

 유 변호사는 이날 A4용지 9장 분량의 입장자료를 통해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모자로 기재한 혐의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40년 측근’ 최순실 씨(60),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과 공모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정부의 국정 수행을 위해 추진된 것일 뿐 특정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명박 노무현 정권 등 역대 정부에서 공익사업을 위해 재단 출연금을 모은 사례를 적시하며 기업 모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강제모금이 문제가 돼 국가에 귀속된 일해재단도 사례로 들었다.

 최 씨가 두 재단을 사유화했고 박 대통령이 이 사실을 방조했다는 검찰 측 논리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의 감독을 받는 재단 구조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총 774억 원의 기업 출연금 가운데 96% 이상이 재단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실도 근거로 들었다.

 박 대통령이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7)에게 지시해 최 씨에게 47건의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연설문 이외의 문건들도 대통령 지시로 유출된 것처럼 주장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고 유출 경로도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유 변호사는 “유출이 있더라도 직무 일환으로서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불소추 특권’으로 법정 방어권이 제한되는 상황을 검찰이 악용했다는 해괴한 논리도 덧붙였다.

 박 대통령 측이 재단 모금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에 대해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익재단 기부라고 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제3자 뇌물죄가 인정된다는 판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조사 거부 표명에 대해 검찰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다소 비판을 받더라도 재판에 대비해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에 대해 굳이 ‘중립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향후 특검도 불리하게 돌아가면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복선”이라고 해석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허동준 기자
#최순실#박근혜#재단#비리#청와대#검찰#피의자#공모#유영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