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는 기업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관심을 모았던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20일 기소된 최순실 씨(60)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 등의 공소장에 적시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수뢰 혐의를 가장 집중적으로 수사해 온 부분은 롯데그룹의 추가 출연 지점이다. 롯데는 박 대통령이 총수를 독대한 기업 중 출연을 지시하고 진행 상황까지 챙겼다는 범죄 사실이 공소장에 유일하게 적시된 곳이다. 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 씨 측이 사정 수사가 유력시되던 롯데에 여러 달에 걸쳐 자금을 요구했던 정황 등을 살펴 최 씨와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공모 관계가 성립된다는 시각이 수사팀 내부에 유력한 상황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제3자 뇌물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라”는 취지로 특수본에 강도 높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관계자도 20일 “현재 공소 사실에는 없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 더 수사할 것”이라며 뇌물죄 적용 가능성을 열어 뒀다. 뇌물죄의 성립 요건인 ‘대가성’, 즉 70억 원을 내는 대가로 롯데 측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내는 게 검찰의 과제다. 뇌물죄가 적용되면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으로 무겁게 처벌된다.
SK와 부영 등 추가로 재원 출연을 요구받은 다른 기업들도 박 대통령의 제3자 수뢰죄 적용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다.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의 특별사면, 강도 높은 세무조사 무마 등 각 기업이 처한 현안이자 해결하고 싶은 약점이 추가 출연의 동기가 됐는지, 대통령의 권한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검찰이 규명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53개 대기업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74억 원도 뇌물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을까. 현재로선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의 피해자로 분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기존 입장을 뒤엎고 대가성 있는 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진술을 번복하면 삼성은 ‘대통령 강요에 의해 240억 원을 뜯긴 피해자’에서 ‘240억 원의 뇌물을 바친 피의자(뇌물공여 혐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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