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5400만 명이 선출한 대통령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주의와 미래를 위해 연설하고 있다. 저들은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지금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 나는 거대한 불의(不義)의 희생양이다."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69) #. 한국 얘기가 아닙니다. 지구촌 반대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69)이 5월 12일 상원의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 개시 결정으로 직무가 정지되자 대통령궁을 떠나며 외친 말이죠. #. 세계 7위 경제대국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인 그는 2014년 재선 당시 국가 부채를 숨기려고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8월 탄핵당했습니다. 그는 "탄핵은 정적들의 쿠데타"라고 주장하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지만 브라질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죠. 그의 재임 중 벌어진 각종 부패와 경제난으로 국민들은 그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 대선이 있던 2014년 말 호세프는 국영은행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리고 제때 갚지 않았습니다. 이 돈은 저가주택 공급 등 사회안전망 확대에 쓰였죠. 나라 빚을 늘리지 않는 척하면서 선심성 복지 혜택을 내놓는 꼼수였죠. #. 특히 브라질 국민은 남미 최대 정유회사이자 브라질 경제에서 한국 삼성전자와 맞먹는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스캔들에 폭발했습니다.
페트로브라스 임원들이 비밀리에 조성한 정치자금을 호세프 정권과 집권 노동자당(PT)에 마구 뿌렸거든요. #. 궁지에 몰린 호세프는 한술 더 뜹니다. 역시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전임자 룰라 전 대통령을 국무총리 격인 수석장관에 임명해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불렀죠. #. 지금 한국의 위기는 브라질과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승승장구하던 최초의 여성 대통령, 그의 끝없는 몰락, 한없이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거리로 뛰쳐나온 국민들, 대통령의 버티기...
#. 브라질의 대통령 탄핵 절차는 무척 까다롭습니다. 연방법원이 호세프의 법 위반을 적발한 때는 2015년 10월 하원에서 탄핵 청원을 시작한 건 2015년 12월 대통령 직무정지는 올해 5월 실제 탄핵이 확정된 건 올해 8월 수사에서 탄핵까지 장장 11개월이 걸렸죠 #. 이 11개월 동안 브라질은 무정부 상태였습니다.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올림픽도 대통령 부재 상태에서 치렀죠. #. 문화융성이란 미명 아래 대통령이 대기업 팔을 비틀고 동네 아낙이 청와대 권력을 사유화한 전대미문의 범죄. 서민 복지를 확대한 호세프의 재정책임법 위반보다 훨씬 큰 범죄입니다.
더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호세프도 탄핵당했죠. #. 치욕적 IMF 사태 후 20년 간 국민이 땀 흘려 쌓아온 국제사회의 신뢰. 박 대통령은 이를 단 한 방에 날려버렸죠.
피땀 흘려 마련한 국정 운영 및 기업 경영체계는 하루 아침에 무너졌습니다. #. 호세프의 탄핵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박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할까요. 대통령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본 : 최영해 국제부장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 이고은 인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