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차벽에 붙인 ‘꽃 스티커’ 떼지 말아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1일 20시 46분


"어차피 다음 집회 때 또 붙을 건데 나중에 상황이 진정되면 한꺼번에 떼는 게 낫지 않겠어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4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차벽(遮壁)으로 쓰인 경찰버스에 붙인 꽃 스티커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꽃 스티커는 한 문화예술단체가 19일 집회 때 "경찰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자"며 시민들에게 3만 장을 나눠주면서 평화시위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이에 호응한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버스에 스티커를 붙여 차벽은 꽃밭으로 변했다. 집회가 마무리될 무렵 시민들은 "의경들이 고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떼어내자"며 스티커 일부를 제거하기도 했다.

이 청장은 "(아직 많이 남아있는 꽃 스티커를) 무리하게 떼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의경들이 스티커를 제거하느라 주말에 쉬지 못하면 큰 스트레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버스를 망치로 내리치는 것과 꽃 스티커를 붙이는 것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탤런트 김혜자 씨의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언급하며 "당연히 스티커가 더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청장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6일 5차 촛불집회와 관련해 청와대 남쪽 율곡로까지는 행진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4차 집회 때 교통 소통을 이유로 율곡로 행진을 차단하려다 법원의 제동으로 무산된 경찰이 미리 한발 물러난 것이다. 26일 집회와 관련해 주최 측은 "전국적으로 98만 명이 모인 19일 집회는 '숨고르기' 성격이었다"며 "26일에는 최대 300만 명 참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본격화된 21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지 않는 한 지난 4년간의 실정(失政)과, 그 속에 묻힌 수많은 범죄, 피해의 진실을 인양할 수 없다"며 "25일 대학생 총궐기를 시작으로 동맹휴업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대책위원회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중단과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오후 7시부터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중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경찰 차벽에 꽃무늬 스티커를 붙여 평화시위를 염원하고 있다. 사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경찰 차벽에 꽃무늬 스티커를 붙여 평화시위를 염원하고 있다. 사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부산, 광주 등 전국각지에서 열렸다. 정부서울청사 주변에 배치된 경찰버스에 집회 참가자들이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사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부산, 광주 등 전국각지에서 열렸다. 정부서울청사 주변에 배치된 경찰버스에 집회 참가자들이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사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경찰 차벽에 꽃무늬 스티커를 붙여 평화시위를 염원하고 있다. 사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경찰 차벽에 꽃무늬 스티커를 붙여 평화시위를 염원하고 있다. 사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