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2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야권으로서는 탄핵 절차가 끝날 때까지 다른 정국 수습책을 꺼내기 어렵다. 탄핵이 무산된다면 역풍이 여야 어느 쪽에 더 크게 미칠지 전망하기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추진 결정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한 이유 중 하나다. ○ 민주, 우여곡절 끝 탄핵 추진 결정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탄핵 추진을 의결하고 이번 주 안에 설치할 당 탄핵추진기구에서 탄핵 시기, 추진 방안, 법리적인 검토 등을 하기로 했다.
앞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통령 퇴진이 먼저라는 기조 아래 탄핵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진’이 아니라 ‘검토’라는 말을 쓰며 탄핵 추진을 망설였다. 추 대표는 탄핵 절차를 “지난한 길”이라며 “(박 대통령이) 보수적 사고를 갖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홈그라운드로 생각해 (거기서) 한판 붙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청와대 탄핵 유도설(說)’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총에서 대다수 의원은 “탄핵 사유가 확인된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도 거부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면서 “당장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탄핵 가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이상) 200명 확보가 쉽지 않다”는 취지로 추 대표를 한때 옹호했지만 격앙되기까지 한 분위기를 압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26일 (대규모 촛불집회) 전에 (탄핵안 발의로) 강한 의지를 표시해야 한다. 자꾸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결국 추 대표도 자신의 ‘고집’을 접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대구 경북대에서 “박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스스로 물러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남은 법적인 강제수단인 탄핵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 주고 돕는 것이 국민이 대통령에게 해야 할 하나의 예우라고 생각한다”며 “탄핵의 길만 원트랙으로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도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탄핵안 발의 시점은 고심
야권 지도부는 살얼음판 걷듯 신중하게 발걸음을 떼야 한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탄핵안 발의 시점에 대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면서 제반 과정을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탄핵추진기구가 사실상 새누리당의 찬성표 확보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국민의당도 최소 의원 210명 확보를 위해 탄핵 발의 서명운동을 추진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알음알음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발의 시점이 26일 예정된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탄핵의 명분과 방향은 맞지만 탄핵 실행은 여러 변수를 따져봐야 하는 어려운 문제”라며 “26일 이후 탄핵 추진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野 총리 추천 두고는 엇박자
탄핵 추진에는 공조가 이뤄졌으나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을 두고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먼저 총리가 바뀌지 않으면 탄핵이 돼도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연속”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총리 추천 문제로 정국의 초점이 옮겨가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총리 추천 문제는 탄핵 논의를 앞서갈 부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탄핵에 이은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대통령을 탄핵한 뒤 나라를 어떻게 수습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개헌은 이제 필연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개헌파 인사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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