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문화벤처단지 입주… 수억 예산 혜택
해당사, 입주 공고 당일 만들어져… 차은택 씨 단골업체와 주소지 같아
검찰이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 등을 기소하면서 남은 의혹은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차은택 씨(47·구속)에게 쏠리고 있다. 차 씨는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 문화행사 대행업체 선정 대가로 수억 원을 받는 등 각종 사업 기획과 수주를 통해 최 씨에게 이권이 돌아가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21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올해 한 스타트업 기업이 공개한 3차원(3D) 캐릭터가 2013년 차 씨 석사학위 논문에 나온 캐릭터와 같다는 의혹(본보 10월 13일자 A27면 참조)의 배경에는 차 씨의 ‘셀프 발주 및 수주’ 행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차 씨가 자신의 아이템을 본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회사에 주고 정부 예산 혜택을 받게 한 것이다.
차 씨의 셀프 수주는 3D 캐릭터 ‘나나걸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차 씨는 캐릭터 개발을 위해 2011년 ‘아이컴프미디어’를 세웠다. 2013년 6월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에 이 캐릭터를 소개하고 두 달 뒤 삼성전자 갤럭시탭3 글로벌 광고에 공개했다. 하지만 큰 반향 없이 자취를 감췄다. 그랬던 나나걸스는 지난달 스타트업 기업인 ‘푸른고래픽쳐스’를 통해 ‘고고로켓씨스타’로 부활했다. 고고로켓씨스타는 캐릭터의 이름과 생김새가 나나걸스와 판박이다. 이 과정에 차 씨의 이권 개입 정황이 짙다. 지난해 2월 아이컴프미디어 대표직에서 돌연 사임한 차 씨는 두 달 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맡았다. 그해 12월 푸른고래픽쳐스는 1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했는데 이때 차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사무실 임차료와 마케팅 자문 등으로 수억 원대의 정부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사실상 사업을 주도했다.
푸른고래픽쳐스가 차 씨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는 증거는 또 있다. 이 회사의 첫 주소지는 차 씨가 영상 편집을 맡겼던 단골 편집업체 N사의 주소와 같다. 푸른고래픽쳐스의 대표 박모 씨(48)는 N사 임원 출신이다. 차 씨와 오래 일을 했던 A 씨는 “차 씨가 캐릭터 이력을 세탁한 뒤 단골업체 직원에게 넘겨 벤처단지 입주를 도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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