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국무회의서 설전’ 박원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하야’ 국민 뜻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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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1월 22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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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원순 서울시장/동아일보DB
사진=박원순 서울시장/동아일보DB
박원순 서울시장은 2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설전을 벌인 것과 관련, “피의자 신분인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주장하는 국민의 뜻을 분명 전했다”면서 “국무위원들에게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든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고 책임을 추궁했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국무회의에 참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그러나 무력감과 분노감으로 국무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면서 “역사는 국민이냐? 대통령이냐? 선택에서 누구의 편에 있었는지를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분노의 시간”이라며 “국민이 이긴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원순 시장과 정부 국무위원은 거친 설전을 벌였다. 서울시장은 안건을 의결할 수는 없지만 회의에 배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날 배석자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은 국무위원들에게 “국민이냐 대통령이냐”면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들은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무위원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퇴를 논의하는 게 정당하냐”고 반발했고,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에게 의결권은 없어도 발언권이 있는 이유는 국민 입장을 대변하라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이하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국무회의장에서 전한 국민의 명령’ 전문▼

<국민이냐? 대통령이냐?>

지난 11월 12일, 11월 19일 광화문에 모인 100만 촛불의 민심은 더 이상 대통령이 국정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고 퇴진해야 함을 엄중히 명령한 것입니다.

더구나 그제 검찰수사 발표에 따라 이제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피의자로서 이미 국정 운영을 위한 국민적 지지와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본인이 공모한 헌법유린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일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또한 오늘은 이 본 국무회의의 안건으로 심의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중대한 범죄의 피의자 이자 이미 민심의 탄핵을 당한 대통령은 더이상의 국정관여를 통한 헌정유린을 즉시 중단하고 그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아울러 대통령은 본인이 약속한 바와 같이 향후 특별검사의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함은 물론 특검 이전까지 검찰이 진행하는 수사에도 성실히 임하여 국민적 분노를 해소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부정하고 있는데 법무장관은 어찌 이런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입니까? 앞으로 어떻게 국민에게 법치를 말하고 국민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과 그 지시를 받는 내각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국가적 중대사안을 강행 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 할 것입니다. 이번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안은 지난 11월 14일 국방부가 양국간 실무협의를 마치고 가서명이 체결됐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국민적 합의도 없이 쫓기듯 오늘 국무회의에 상정된 것입니다. 본협정안은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밀실추진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결국 비준 1시간 전에 일본에 서명연기를 통보해 협정 체결이 무산되는 외교적 촌극을 빚은 사안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위안부 문제 일방적 합의 등 사회적 열망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을 일방적이고 즉흥적으로 결정, 추진해왔고, 그 파장과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제국주의 침략의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과거청산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협정을 국민적 공감대마저 결여된 채 서둘러 추진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한민구 장관 자신이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국방위 등에서 밝혀오지 않았습니까? 야3당은 국방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30일 제출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외교나 국방 문제일수록 국민의사의 통합이나 합의 콘센서스를 이루어야 더욱 단단하게 지켜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나아가 많은 종교기관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에서 이 협정이 우리가 받을 건 없고 줄것만 많다. 매국적 행위이다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상 초유의 피의자 신분의 대통령이 주도하는 본 협정 체결은 분노하는 민심을 자극해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정부는 본 협정 체결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국무위원 여러분께서는 본 협정 체결이 얼마나 역사적으로 엄중한 사태인지를 직시해 본 협정안을 부결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국무위원 여러분께 한마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여기 있는 국무위원들의 책임이 큽니다.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여러분의 책임은 없는 겁니까? 국무위원 한 명이라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직언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라가 이지경이 되었겠습니까? 이시국에 책임지는 국무위원이 한명도 없다는 것을 부끄러운 일입니다. 지금 이 중대한 시국과 국가적 위기에 무엇이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일인지 깊이 숙고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지금이라도 촛불민심을 대통령에게 바르게 전달해 조기에 퇴진하도록 하십시오. 그것이 분노에 들끓는 국민의 요청에 부응하고 도잇에 대통령 본인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국민의 요구이고 여러분의 책무입니다.

1960년 4.19 당시 경무대에서 허정 외무장관과 김정열 국방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하야를 건의했고, 그 다음날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습니다. 국민에 대한 그런 책무감,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한 그런 용기도 없 었습니까? 국무위원 여러분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입니다. 이제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국민을 선택할 것인지 대통령을 선택할 것인지 결단하기 바랍니다.

황교안 국무총리, 국무위원 여러분께서도 책임을 지고 사퇴하십시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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