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의 탈당이 여권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현 여권 상황과 5년 전이 ‘데자뷔’처럼 들어맞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1년 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한 데다 한나라당 보좌진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이듬해 총선과 대선이 연달아 있어 위기감은 더 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순실 게이트’로 초토화된 현 상황과 유사하다.
5년 전에도 초선 의원 중심의 쇄신파가 재창당을 요구했다. 현재 3선인 김세연 황영철 의원 등이 주축이었다. 이들이 5년 만에 다시 재창당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 대표의 대응 방식도 닮은꼴이다. 5년 전 홍준표 대표(현 경남도지사)는 ‘2012년 2월 재창당’을 주요 내용으로 한 쇄신안을 내놓고 버텼다. 현재의 이정현 대표 역시 내년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던져 놓은 상태다.
5년 전 친박(친박근혜)계가 재창당 요구를 거부하자 김성식 정태근 의원이 전격 탈당했다. 이날 탈당한 남 지사와 김용태 의원처럼 당시에도 ‘재창당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다만 5년 전 ‘거사’는 실패했다. 두 의원의 탈당 직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꿨고,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5년 전 상황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쪼개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점도 많다. 당장 디도스 사건과 최순실 게이트의 충격파 자체가 다르다. 현재 ‘100만 촛불 민심’의 무게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5년 전엔 ‘박근혜’라는 확실한 구심점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데다 박 대통령 자신이 국정 농단의 당사자가 되면서 원심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감정의 골도 더 깊어졌다. 남 지사는 이날 “친박 핵심 의원들을 보면 ‘박근혜교 광신도’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이어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을 향해 “(하루는) 모욕을 주고 다음 날은 회유를 하면서 조직폭력배들이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라며 “정계 은퇴를 선언해 달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 지사 측은 서 의원이 남 지사의 탈당을 만류하며 모멸감을 줬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 의원 측은 남 지사를 타일렀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남 지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당을) 고민하는 분은 (20명) 더 된다. 시간의 문제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탈당 러시’의 방아쇠를 쥔 김무성 전 대표도 당내 개혁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 전 대표 측은 “(김 전 대표도) 현 시국에 대한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인식에 분노하고 있다”라며 “탈당과 대선 불출마, 내부 투쟁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막판 고심을 하고 있다. 결국 민심이 판단 기준이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 측 인사는 “보수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는 헌법정신이다. 지금 당 지도부는 헌법 가치를 지키는 대신 박 대통령을 지키고 있다”라며 “보수 세력 교체는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탈당 정국에선 몇 차례 분기점을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박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두고 주류와 비주류가 다시 한번 선명하게 갈라설 수 있다. 박 대통령 출당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28일 박 대통령 출당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5년 만에 다시 맞게 된 탈당 정국에서 비주류가 다시 한번 친박계와 동거(同居)할지, 아니면 독자 노선을 택할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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