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국무위원들 전원 사퇴하라” 참석자 “국무회의를 정치판 만드나”

[탄핵 정국]朴, 부총리 몇차례 제지에도 강경발언 쏟아내고 회의중 퇴장

　“나라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국무위원 책임이 크다. 국무위원은 전원 사퇴하라.”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자청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황교안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일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일부 국무위원은 “박 시장이 국무회의를 정치판으로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 배석한 서울시장이 국무위원 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게 (국무회의) 발언권이 있는 이유는 국민 입장을 대변하라는 뜻”이라고 맞받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군사적 필요성을 설명할 때도 박 시장은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이유가 뭐냐. 일부 국민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다수가 반대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날선 공방이 오가자 의사봉을 잡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몇 차례 “그만둡시다”라고 제지했지만 박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아야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과정에서 국민 합의가 없었다” 등의 발언을 이어가다 회의 도중 퇴장했다.

　박 시장은 국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 직접 국민의 분노를 전하고 싶었다”며 “국무위원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 점에 실망하고 분노했다. 자리에 있기 힘들어 항의 표시로 퇴장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은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배석할 수 있다. 의결권은 없지만 발언권은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앞서 올 8월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 장관 등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