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을 겨눌 ‘최순실 특별검사법’이 23일 공포를 거쳐 시행된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최장 120일에 걸쳐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의혹을 파헤칠 ‘슈퍼 특검’답게 현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내에, 늦어도 다음 달 7일까지 야당 추천 인사 2명 가운데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특검이 임명되는 순간 한 달 남짓 숨 가쁘게 달려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모든 수사 자료를 특검에 넘기게 된다. 특검 수사는 준비 기간 20일과 본격적인 수사 기간 70일을 합쳐 90일간 진행된다. 이 기간 안에 수사를 끝내지 못하면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30일을 연장할 수 있지만 수사 대상인 박 대통령이 기간을 ‘셀프 연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 검찰에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보름도 채 되지 않는다. 검찰의 남은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박 대통령과 최 씨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정리하고, 나머지 핵심 인물들에 대한 신병 처리와 기소를 마무리하는 한편 이화여대 특혜 의혹과 대리 처방 논란 등 기타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검찰은 특히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밝혀내는 데 이번 수사의 성패와 조직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는 건 선언적 의미를 넘어섰다. 특검에서 부실 수사 논란이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조사는 특수본이 목숨 걸고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23일 청와대에 다시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공소장 내용은 약한 편이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녹음파일을 보면 깜짝 놀랄 거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박 대통령이 끝내 조사에 불응하면 검찰이 녹음파일을 공개하며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특검 수사는 검찰이 사실관계를 밝혀낸 부분을 토대로 의혹선상에 오른 인물들을 불러 수사의 외연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대기업들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출연 문제를 놓고 대가성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인물들을 불러 조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의 소환이 점쳐진다. 검찰이 아직까지 마땅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국정 농단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소환이 유력해 보인다.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진술은 대통령이 받는 의혹을 밝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20일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법조계는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고 하지 않은 점을 보면 박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검 조사까지 불응한다면 박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의 증인으로 채택돼도 불출석하면 그만이다.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스스로 법정에 설 경우의 수는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 수사는 내년 3월 말∼4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도중에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함께 진행될 가능성도 있지만 결정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헌재법의 ‘180일 이내 선고’ 규정에 강제성이 없는 데다 헌재 공개 법정에서 박 대통령이 위헌, 위법 여부를 놓고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 특검법에 따른 대법원 판결은 내년 12월 대선 직전에야 나올 것으로 보여 대선 표심(票心)에 특검 결과가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번 특검법은 1심은 공소 제기일로부터 3개월, 2심과 3심은 전심 선고일로부터 각각 2개월 내로 재판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특검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브리핑하고, 대선 이전에 대법원 판결까지 마무리하면 ‘최순실 게이트’ 민심이 대선에도 반영되지 않겠느냐”라며 대선 정국을 염두에 뒀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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