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용인 야산에 대규모로 조성 확인
묘비에 1918년생으로 기록… 중앙정보부 보고서보다 6년 늦어
용인시 “신고 안돼… 불법땐 고발”
혹세무민한 자의 무덤은 양지바르고, 넓었으며, 석물이 화려했다. 국정 농단의 장본인 최순실 씨의 아버지인 최태민 씨의 묘가 경기 용인시 야산에 대규모로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채널A와 동아일보 취재 결과 최 씨의 묘는 약 2000m²(약 600평)의 규모로 다섯 번째 부인 임선이 씨와 합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태민 씨의 묘 크기는 김영삼 대통령의 묘 264m²와 비교하면 7.5배에 달한다.
22일 찾은 최 씨의 묘는 전통 지리학에서 정맥(正脈)이 지나는 산줄기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소나무와 밤나무가 묘지를 병풍처럼 둘렀고, 남향이어서 햇볕이 잘 들었다.
높이 약 2m의 묘비에는 임 씨 소생의 네 딸인 순영 순득 순실 순천과 정윤회 등 사위, 그리고 손주 7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최순실 씨의 이복형제들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묘비에 적힌 최태민 씨의 생몰일은 1918년 음력 11월 5일과 1994년 양력 5월 1일이다. 생년은 1970년대 중앙정보부의 최태민 보고서가 밝힌 1912년보다 6년이나 늦다. 최태민 씨는 고 박정희 대통령보다 다섯 살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묘비 내용이 맞다면 한 살이 어린 셈이다.
최태민 묘의 봉분은 직경이 2m가 넘었고, 봉분에는 호석을 둘렀다. 무덤 주변 석물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묘처럼 갖춰져 있었다. 커다란 상석 앞에는 향로석이 있었고, 양쪽 망주석(望柱石) 기둥에 조각된 다람쥐 모양 세호(細虎·꼬리가 긴 동물)가 각각 아래위 방향으로 알밤을 쫓았다. 사각 장명등이 최 씨와 후손들의 발복(發福)을 기원했다. 최 씨 묘 위쪽에는 그의 부모가 합장된 무덤도 있었다.
묘지는 누군가 최근까지 꾸준히 관리한 듯 깔끔했다. 상석 위에는 거의 새것처럼 보이는 조화(造花)가 바구니에 담겨 있었고 상석 아래에는 생화(生花) 국화 화분이 놓여 있었다. 화분은 바람 때문인 듯 쓰러져 있었지만 노란빛이 선명해 가져다 놓은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였다. 최 씨의 한 측근은 “제사는 큰딸 순영 씨가 치렀고 최 씨 일가가 명절 때마다 이곳을 찾아 성묘했다”고 밝혔다.
최 씨의 묘가 있는 동네의 한 주민은 “이 동네에 있었던 절을 육영수 여사가 자주 찾았고, 그 아래 있던 수목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끔 와서 쉬고 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용인시는 “신고되지 않은 묘”라며 23일 현장 조사를 통해 불법임이 확인되면 검찰 등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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