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22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GSOMIA 협상 재개를 선언한 지 26일 만이다.
GSOMIA 협상안은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일 양국 간 공식 서명으로 마무리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양국 정부를 대표해 서명한다. 광복 이후 한일 양국 간 첫 군사협정이 체결과 동시에 발효되는 것이다.
이 협정에 따라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을 비롯한 2급 이하의 대북군사기밀 정보를 직접 주고받을 수 있다. 일본은 정찰위성 등이 수집한 사진·영상정보를, 한국은 감청정보와 인적정보(HUMINT)를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수중 위협에 대한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 보유한 해상초계기는 70여 대로 한국(16대)보다 훨씬 많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GSOMIA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도 공론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사정보와 물자의 원활한 교류를 통해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한일 양국 간 군사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파장 등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작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의 피의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의 ‘외치 행위(협정 재가)’를 비난하면서 협정 폐기나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GSOMIA 체결 강행에 반발해 30일 한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고, 향후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에서 협정 반대 구호가 거세질 경우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채 군비 증강을 통한 보통국가화를 추진하는 일본과의 군사협정은 좀 더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양국 간 군사협정 체결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빌미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 주권이 침해받는 일은 없을 것임을 국민에게 적극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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