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分黨) 위기에서 새누리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인명진 목사, 조순형 전 의원 등을 세우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중진 6인은 23일 회동에서 이같이 후보군을 압축했다. 비대위원장에 합의를 보지 못하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서둘러 출구를 찾는 양상이다.
원유철 김재경 나경원 정우택 주호영 홍문종 의원 등 중진 6인은 이날 심야 회동을 통해 단수로 비대위원장 후보를 도출해 28일 이정현 대표에게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한 참석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박은 김 전 의장을, 친박은 인 목사나 조 전 의원 등을 주장했다"며 "25일 의원총회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 28일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가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추천하는 인사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추천하면 논의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받으라고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친박 중진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중진 6인 회동이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가 제안했던 '조기 전당대회' 카드는 폐기 수순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표도 이날 중립적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세운다는 전제로 비대위 전환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퇴 시한을) 12월 21일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고, 지금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저는 썩은 거름"이라며 "좋은 사람, 객관적인 사람, 초·재선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대위원장을 모시고 비대위를 구성해 (당이) 화합하고 단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날 "비대위 전환 문제를 최고위원회의에 부칠 용의가 있다"는 발언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이 대표와 친박계가 비대위 구성에 공감하면서도 비주류의 요구인 '지도부 즉각 사퇴'를 거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대표가 지금 사퇴할 경우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비주류와 가까운 정 원내대표 주도로 비대위가 꾸려질 경우 대통령 탄핵과 '친박 인적청산'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친박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이 대표가 비대위원장 인선안을 최고위에서 의결한 뒤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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