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에 앞장선 김무성 ‘보수의 책임정치’ 보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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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으로 인해 초래된 보수의 위기가 보수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며 대통령 탄핵에 앞장설 뜻을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담당했던 사람으로, 새누리당 전 대표로 저부터 책임지고 내려놓겠다”며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고 5년마다 되풀이되는 ‘대통령의 비극’을 막기 위해 개헌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여당의 핵심 인사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처음으로 책임을 지고 보수 정당을 구하겠다며 나선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각종 여론조사가 말해주듯 지금 새누리당과 그 당에 몸담고 있는 자칭 타칭의 대선주자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내년 대선 때까지 새누리당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위기 상황이다. 친박(친박근혜)이 외부 인사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기다리느라 내년 1월 21일 전당대회를 고집하는 것도, 김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결심도 이런 현실 때문일 것이다.

 김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접고 ‘보수의 재탄생’이라는 보다 큰 꿈에 도전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특정인 중심의 패거리 정치, 타협을 모르는 적대정치 같은 적폐도 결국 대권 경쟁에서 비롯된다. 여권의 대선주자들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도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존재감조차 미미하다. 야당 대선주자들이 마치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행동하거나, 총리 추천 합의도 안 한 채 현재의 난국을 자신의 대권가도에 이용하는 모습도 실망스럽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중심인 김 전 대표가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했으니 야당은 탄핵 발의를 주저해야 할 까닭이 없다. 정국 주도권을 쥔 야당이 촛불 민심이나 장외 세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적 책무를 외면하는 것은 비겁하다.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한 개헌도 의미가 있으나 국정 공백이 개헌 논란으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이제는 ‘탄핵 이후’도 대비해야 한다.
#새누리당#김무성#김무성 대선 불출마#대통령 탄핵#최순실 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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