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어제 밝혔다. 검찰조직을 통솔하는 법무장관과 청와대에서 사정라인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이 동시에 사표를 낸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찰이 20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범죄 피의자로 입건하자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이번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감을 느껴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지만, 너무 쉽게 판단한 것이다.
채널A는 최 수석이 21일 사의 표명 직전 가까운 지인에게 “그만두려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내 동료, 후배 검사가 수사한 내용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로선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 씨의 공범이 아닌 피해자로 결론지을 것을 기대했겠으나 최 수석은 평소 우병우 전 민정수석 때문에 검찰이 망가진다고 여겼다는 ‘천생 검사’다. 특검 수사를 앞두고 ‘조직 보호’ 차원에서라도 고강도 수사를 펼친 검찰의 발표에 대해 청와대가 “객관적 증거를 무시한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고 비난하자 최 수석은 대통령 아닌 검찰 편에 섰다고 봐야 한다. 김 장관도 법으로 보장된 검찰의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기는커녕 보고도 받지 못한 데 따른 무력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사법적으로 박 대통령을 방어해준 두 방패는 한꺼번에 무너졌다. 청와대는 이들의 사표 수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사표를 반려한들 민심을 똑똑히 아는 두 사람이 ‘호위무사’ 역할을 할 리 없다. 검찰 선후배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최 수석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박 대통령에게 더 이상 자신과 국민을 속이지 말고 검찰 조사를 제대로 받도록 직언해야 할 것이다. 권력 유지를 위해 유독 검찰을 이용해온 대통령에게 이제는 검찰 출신이 아닌 민정수석을 임명해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달라고 진언했으면 한다.
최 수석의 사의 표명이 나오자 어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대통령에게 29일까지 대면조사를 받을 것을 요청했다. 우 전 수석이 최 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뒤늦게 서울 종로구 창성동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실도 압수수색했다. 이제라도 검찰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면 특검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죄 입증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모든 사태는 박 대통령이 키우고 있다. 대통령은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받으며 “(최 씨가) 국민이 싫어하는 일만 골라서 했네요”라고 말했다 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박 대통령의 민심 역주행은 결코 성공할 수도 없다. 이러다 분노한 민심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녕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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