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법무부 장관(57·사법연수원 16기)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4·사법연수원 17기)의 사의 표명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21일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20일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 씨(60·구속) 등의 범죄 혐의에 공모한 공범 관계에 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와대는 애초 약속과 달리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었다.
지난달 30일 임명된 최 수석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최순실 특검법’이 의결된 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했다. 최 수석은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검찰 조사를 둘러싼 박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대통령과의 갈등은 없었다.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안 받는다고 결정한 것은 대통령 혼자 판단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조언을 받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또 언론 통화에서 “남들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고, 빨리 나오라고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의를 표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초 어려울 때 국가가 호출하면 부름에 응답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한 관계자가 최근 “(정호성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최 수석은 ‘검찰이 증거로 말해야지 판을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전언도 나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표를 낸 이유가 이들이 밝힌 ‘공직자의 도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애초 국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민정수석에 취임한 최 수석은 더 이상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란 얘기다.
최 수석 등은 최 씨 기소 전에 검찰이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고 국정농단 사태를 일단락 짓는 구상을 했다고 전해졌다. 검찰 수뇌부도 이에 동의하면서 최근 주말에 재계 총수가 줄줄이 소환돼 조사받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등을 돌렸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조사를 못 받겠다”고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검찰 특별수사본부 내부에도 강경한 기류가 형성됐다고 한다.
현재 박 대통령의 국정대응을 조언한다는 의심을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의 강경기조가 청와대와 검찰의 물밑 공조를 깬 배경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장관과 최 수석이 검찰과 조율해 놓은 판을 김 전 실장이 뒤집자 김 장관 등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 수석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의 수사 결과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대통령이 법무부,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려다 반발을 촉발했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 출신인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인사권을 놓지 않겠다는 청와대 기류에 반발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실제로 그만두려고 했는지에 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청와대에 예우를 갖추기 위해 ‘형식적’인 사의 표명을 한 것인데 예기치 않게 보도가 나가 곤란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도 이들의 사표를 반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럴 경우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의를 접고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청와대 측은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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