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당 지도부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쪽으로 내홍의 출구를 찾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23일 중립적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세운다는 전제로 비대위 전환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인선 주도권을 놓고 주류-비주류 간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퇴 시한을) 12월 21일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고, 지금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저는 썩은 거름”이라며 “좋은 사람, 객관적인 사람, 초·재선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대위원장을 모시고 비대위를 구성해 (당이) 화합하고 단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날 “비대위 전환 문제를 최고위원회의에 부칠 용의가 있다”는 발언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가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추천하는 인사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비박계가 (추천)했으니 받으라고 강요하는 게 상식적이냐”고 반문했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선 “외부에서 중립적으로 모셔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 일각에서 연쇄 탈당을 막을 수습책으로 거론됐던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에는 “어떤 누구로부터도 그분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겠다는 얘기를 장난으로라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와 친박계가 비대위 구성에 공감하면서도 비주류의 요구인 ‘지도부 즉각 사퇴’를 거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대표가 지금 사퇴할 경우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비주류와 가까운 정 원내대표 주도로 비대위가 꾸려질 경우 대통령 탄핵과 ‘친박 인적청산’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친박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이 대표가 비대위원장 인선안을 최고위에서 의결한 뒤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비박(비박근혜) 중진 6인은 이날 2차 회동을 열고 이 대표에게 추천할 비대위원장 후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6인 회동에서 구체적인 인물을 추천해 오면 이에 대해 초·재선 의원을 비롯한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최고위에서 조기 전당대회 로드맵을 뒤집을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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