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김무성 불출마선언’ 엇갈린 셈법
野일각 “탄핵-개헌 맞교환하자는 것”… 문재인 “헌법에 무슨 죄가 있나”
민주 비주류는 개헌논의 긍정적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23일 대선 불출마 선언이 야권을 격동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향후 정국에 개헌과 제3지대 정계개편이라는 복합 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야권의 셈법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탄핵, 그린라이트?
전날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여권에서 확실하게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사람은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여권 비박(비박근혜)계의 이탈 표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날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 발의를 주도하겠다”고 힘을 실어주면서 탄핵안의 국회 통과 확률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은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공개적으로 올리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표결이 비록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지만 발의에 동의한 의원들은 가결 처리에 힘을 보태겠다는 ‘약속어음’을 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야권이 자신들의 표만 잘 단속한다면 탄핵안 통과에 필요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명 이상을 확보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 文 측, 安 측 “내년 개헌 쉽지 않을 것”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탄핵과 개헌을 바터(물물교환)하자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탄핵이 국회에서 매듭지어지면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속내라는 얘기다.
그러나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주류 측은 개헌론이 마뜩하지 않다. “지금 개헌은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인 문 전 대표는 이날 숙명여대에서 “어떤 분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왕적 통제를 하고 있어 폐단이라고 한다”면서 “그런데 헌법이 무슨 죄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개헌이 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민심은 박 대통령 퇴진과 함께 ‘빅 체인지(큰 변화)’를 바라는데 그 변화의 대상인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집권 고지가 눈앞인데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을 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을 주장해온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진영도 개헌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국민의당 최원식 국민소통본부장은 “차기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다는 것과 내년에 개헌을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예상외로 빨리 내린다면 내년 5월 이내에 대선이 진행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개헌 논의는 착수할 틈도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 민주 주류 “민심, 제3지대 용납할까”
민주당 비주류 측은 “사람이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며 개헌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국민의당 한 초선 의원도 “탄핵이 헌재로 넘어가면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촛불 민심은 기존 한국의 시스템 자체를 바꾸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것은 개헌”이라고 주장했다.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가 구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민주당 주류 측은 새누리당 비박계와 야권 개헌파가 함께하는 제3지대는 힘들다고 본다. 당 대표 특보단 최재성 전 의원은 “촛불 민심만 없다면 제3지대는 그럴듯하다”며 “하지만 국민이 사실상 ‘새누리 연합’에 정권을 맡기겠는가”라고 회의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도 “새누리당 김 전 대표와 비박계가 탈당해도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어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안 전 대표와 이들이 개헌을 매개로 한 대선 연대는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제3지대의 홀로 서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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