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시술용 약품 왜?… 전문가 “다른 용도로는 거의 안쓰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4일 03시 00분


[최순실 게이트]靑 구입약품 323종 분석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진료 실상이 드러나는 가운데 청와대가 구입한 여러 의약품 상세 목록이 확인되면서 그 용처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23일 본보 취재로 확인된 청와대의 최근 2년간 구입 약품 목록에는 국소 마취용 크림이나 전신마취제, 고령자용 수면제 등이 다량 포함돼 있어 청와대 내 성형 시술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 성형 전용 마취크림, 누가 썼나

 청와대가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구입한 의약품 전 품목(323종 23만4044개·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가운데 특히 2014년 중순 구입한 ‘엠라5%크림’(개당 5g) 5개가 관심을 끈다.

 주로 성형시술에 사용하는 이 크림은 주삿바늘, 레이저가 피부에 닿을 때 발생하는 통증을 막기 위해 얼굴 전면에 바른다. 주름을 펴는 필러, 처진 얼굴 피부를 실로 당겨주는 리프팅 시술에도 사용된다. 시술 15분 전에 이 크림을 바르면 얼굴 피부가 마취된다. A성형외과 원장은 “이 크림이 다른 용도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며 “이 제품을 구입했으면 99% 미용용으로 활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엠라5%크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이 아닌 그해 6월 구입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성형시술을 받았다’ ‘프로포폴을 맞았다’ 등 청와대가 괴담으로 치부해버린 세간의 의혹과 연관되는 의약품이다. 청와대가 지난해 8월 30개를 구입한 ‘대한리도카인염산염수화물2%주’ 역시 시술 부위에 주사로 투입하는 국소마취제다.
○ ‘제2의 프로포폴’ 전신마취제도 구입

 청와대는 또 2014년 11월, 지난해 11월 2차례에 걸쳐 일명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 30개를 구입했다.

 이 약은 프로포폴과 비슷한 효능을 가진 전신마취제로 수면내시경 검사 등에 주로 쓰인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프로포폴과 달리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가 느슨하다. 청와대는 “기도 삽관 시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쓰는 응급 약품”이라며 “‘제2의 프로포폴’ 운운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청와대 해명대로 쓰기도 하지만 프로포폴 대용으로 더 널리 쓰인다”고 설명했다. 2011년 프로포폴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된 뒤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 수입량은 2011년 12만 앰풀에서 지난해 79만 앰풀로 크게 늘었다. 의료계에서는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55세 이상 불면증환자 수면제인 ‘서카딘서방정’도 600개나 구입했다. 대통령 자문의 A 씨는 “만성피로가 심했던 박 대통령이 숙면을 위해 수면제를 먹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잠을 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 수술 암시 혈압조절제 한 시기에 몰려

 청와대 구매 의약품 목록을 본 의료계 전문가들은 “수술실에서 쓰이는 ‘혈압조절용’ 약물이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처방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4년 8, 9월 두 달 동안의 청와대 의약품 목록을 보면 보스민액(수술 후 출혈방지용), 니트로주사(수술 전 혈압 조절), 염산도파민(수술 후 저혈압용), 아데노코주사(심실성 빈맥보조제) 등이 집중적으로 구매됐다. 이에 한 의료계 관계자는 “모종의 수술이 시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60정과 비아그라 복제약 ‘팔팔정’ 304정을 구입했다. 청와대는 “아프리카 순방 시 고산병을 대비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당시 고산병 치료제인 ‘아세타졸정’ 200개도 함께 사들였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비아그라는 해발 2000∼3000m 정도의 상대적으로 낮은 고산지대에 갈 때 고산병 예방 목적으로 처방하고, 아세타졸정은 이보다 높은 고산지대에 갈 때 주로 복용한다”며 “어떤 약을 처방할지는 의사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유성열·임현석 기자
#박근혜#성형시술#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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