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가 23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공식 체결했다. 지난달 정부가 일본과 GSOMIA 협상 재개를 선언한 지 27일 만이다. 앞서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GSOMIA 체결을 추진했지만 밀실협상 논란으로 무산된 바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 정부를 대표해 협정문에 서명했다. 이후 협정은 양국 정부 간 서면 통보를 거쳐 발효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2년에 추진됐던 협정 문안과 일부 용어를 제외하고 거의 내용이 같다”고 말했다.
협정 체결로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 등 대북 군사정보를 직접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2014년 말 체결한 한미일 3국 북한 핵미사일 정보공유 약정에 따라 미국을 거쳐서 공유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의 대북 정보까지 활용함으로써 초를 다투는 북한의 기습도발에 더 신속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2, 3급 대북 군사기밀을 구두나 영상, 전자신호 형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맞교환’한다. 한국은 주로 일본의 정찰위성 등 첨단감시전력이 포착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이동식발사차량(TEL) 관련 영상정보를 제공받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일본이 자국 수역 인근 동해상에서 수집한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관련 정보도 (한국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탈북자 등 인적정보(HUMINT)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포착한 대북 감청정보를 일본에 제공할 수 있다.
일각에선 기밀 유출이나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빌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양국이 주고받은 군사정보의 종류와 공유 방법, 관리 및 폐기 절차 등이 협정문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만큼 무분별한 기밀 공유나 유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년 전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으로 GSOMIA 체결 협상에 참여한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사안별로 양국의 국익이 합치되는 부분에서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정책공조가 이뤄져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SOMIA 체결만으로 일본의 물리력이 한국의 영공이나 영해에 진입하는 상황은 일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의 한 장관 해임 건의안 강행 등 파장을 주시하면서 협정 체결의 안보적 필요성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협정 체결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23일 미야기(宮城) 현을 방문한 자리에서 GSOMIA 체결 소식을 듣고 기자들에게 “한일 정부 간 더 원활하고 신속한 안보 관련 정보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 언론도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NHK는 “(미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보 공유의 질과 속도가 향상돼 북한 도발 대응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의 레이더와 정찰기에 의한 정보, 그리고 한국이 탈북자 등을 통해 인적으로 수집한 기밀정보를 제공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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