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탄핵 시계]‘중도 보수층 껴안기’ 기대 못미쳐… 신중모드서 선회 잇단 강성발언
“세월호 참사, 대통령이 빚은 인재… 7시간 행적 안밝힌것도 탄핵사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4일 “(2014년) 세월호 참사는 안전에 무관심한 대통령이 빚은 인재”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찾아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밝히지 않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탄핵 사유”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중 모드를 이어가던 문 전 대표가 다시 전통적 야권 지지층을 껴안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뛰어드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이슈를 이끌기보다 뒤따라가는 행보를 보였다. 차기 대선을 고려한 중도·보수층 껴안기 전략으로 풀이됐다. ‘명예로운 퇴진 보장’ 등 박 대통령의 퇴로를 열어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우왕좌왕’ ‘좌고우면’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신중하던 문 전 대표가 갑자기 강경 발언을 꺼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 전 대표 측은 기대만큼 중도·보수층으로 외연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나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같은 경쟁자는 선명성을 기치로 야권 지지층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도 확장 전략에 대한 보수층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문 전 대표는 벌써 대통령이 다 된 듯 착각하면서 계산기만 두들기며 탄핵 절차를 머뭇거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프런트리더(선두주자)의 딜레마’라는 해석이 나온다. 1위 후보는 여타 여야 후보들의 총공세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 측 내부에서는 아킬레스건으로 통하는 호남 지지율의 반등을 위해서라도 현 정국에서 선명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 측은 호남 출신 대변인 또는 부대변인 영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비박근혜), 비문(비문재인) 진영 같은 여야 비주류를 주축으로 개헌을 통한 정계개편론이 확산되는 것도 문 전 대표가 강경 발언을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개헌파는 기존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개헌이 내년 상반기에 현실화돼 대통령제에 변화가 생긴다거나, 이에 수반되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분열한다면 대선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의 입지는 퇴색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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