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순실 차명회사 크리에이티브아레나, 하청 통해 1억6000만원 홍보업무 수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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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실적 없어 경쟁입찰 사실상 못해… 국가브랜드 사업을 돈벌이 창구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새 국가브랜드 사업에 참여한 행사 대행업체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실소유주가 최순실 씨(60·구속 기소)라는 구체적 정황이 포착됐다.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최 씨가 설립한 광고회사 모스코스, 플레이그라운드와 주소지를 공유하는 등 한 몸처럼 움직였던 사실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24일 크리에이티브아레나로부터 일감을 수주했던 광고업체 관계자 A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지난해 크리에이티브아레나와 일을 하고 대금을 받았는데 입금 주체가 ‘모스코스’였다”라고 말했다. 모스코스는 지난해 초 최 씨가 대기업 광고를 수주할 목적으로 차은택 씨(47·구속 기소) 측근인 김홍탁 씨(55)를 대표로 내세워 만든 회사다.

 A 씨는 “당시 크리에이티브아레나 대표 김모 씨의 서류엔 문체부 관련 업무가 빼곡히 적혀 있었고 ‘정부 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라며 “설립한 지 1년도 안 된 업체가 정부 사업을 많이 하는 점이 의아했다”라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크리에이티브아레나는 국가브랜드 개발 사업에서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일감을 수주했다. 타 업체가 문체부로부터 경쟁 입찰을 통해 수주한 업무를 하청 받아 일감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문체부의 ‘국가브랜드 및 정부상징체계 개발’ 사업 집행 예산 명세에서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직접 계약을 맺은 일감은 총 1900만 원. 하지만 이 회사는 국가브랜드 사업에서 약 11억1000만 원 규모의 홍보 업무를 수주한 종합PR회사 ‘프레인글로벌’로부터 약 1억6000만 원 규모의 일감을 추가로 수주했다.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이런 방법을 쓴 건 신생 업체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 조달청 경쟁 입찰 당시 최근 3년간 주요 홍보 대행 실적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었다. 당시 설립 8개월밖에 안된 크리에이티브아레나는 타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프레인글로벌 관계자는 “여러 업체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아레나와 일을 하게 됐을 뿐 외압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맡은 홍보 업무는 체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사업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국가브랜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은 지난해 5월 1일 시작했지만 공모 시작 후 2주 동안 참여한 사람은 300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크리에이티브아레나는 복수의 스타트업 광고 홍보 업체와 1개월짜리 단기 계약을 맺고 홍보 업무에 황급히 착수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당시 홍보 전략도 부실했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업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 관리를 위해 콘텐츠를 제작해 올렸는데 한식 관련 콘텐츠 제작을 주문하다 돌연 한복, 위인 등으로 소재가 바뀌곤 했다”라고 말했다.

 올 7월 문체부가 발표한 새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공개 직후 표절 논란과 함께 로고 제작 비용(2060만 원)보다 홍보비(16억2000만원)가 더 많아 예산이 샜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배중 wanted@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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