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임박하면서 야권의 탄핵소추안 작성을 둘러싼 고민이 커지고 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는 헌재법에 따라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임의규정으로 ‘반드시’가 아닌 ‘가급적’ 180일 이내로 법조계는 해석한다. 변론 횟수 등에 따라 탄핵심판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헌재의 의지와 판단이 핵심이라는 관측이다. ○ 범죄사실보다는 헌법가치 훼손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은 △27일 탄핵안 초안 작성 △28일 법학자 등 전문가 토론회 △29일 지도부 보고 후 국민의당 및 시민단체 등과 조율이라는 탄핵소추안 작성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탄핵소추안에 담을 내용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헌재의 인용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대통령에 대한 범죄사실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적시해야 하지만 이 경우 사실인정을 위한 변론 과정이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고, 중앙선관위도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 과정이 사실상 생략됐고, 헌재는 7차례 변론을 거쳐 63일 만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현재의 청와대는 박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는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기밀누설 등의 혐의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에 담길 범죄사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실인정 과정이 길어지고 헌재의 결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을 박 대통령의 헌법가치 훼손을 핵심으로 작성하되 개별 법률 위반 사항은 헌법 위반의 근거로 제시하는 보충적 수단으로 적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석 민주당 탄핵추진실무단장은 25일 통화에서 “뇌물죄의 경우에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혐의가 적시됐기 때문에 탄핵 사유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포함 여부는 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헌법재판소법 51조 심판정지 논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더라도 헌재가 최순실 씨 등에 대한 형사소송 결과를 보기 위해 탄핵심판 절차를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 중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범죄사실 인정을 위해 이미 기소된 최 씨 등 공범에 대한 법원의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헌재가 심판을 정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주장은 헌재법 51조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대통령 측 변호인이 시간을 끌기 위해 ‘심판정지’를 요청할 가능성은 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소추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통령은 이 조항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압도적 다수설”이라고 반박했다. 헌재가 펴낸 ‘주석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법 51조의 ‘동일한 사유’는 ‘탄핵심판이 청구된 바로 그 사람을 피고인으로 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의외로 빨리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정연주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정국 혼란과 민심을 고려해 검찰이나 특검에서 밝힌 사실 관계를 그대로 인용해 심리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이날 탄핵소추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막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카드로 탄핵소추안 본회의 통과를 막을 것을 우려한 사전 조치다. 현행 국회법은 대통령 및 국무총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폐기된 것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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