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격랑의 1주일]박한철 헌재소장 퇴임전 결정 기대
野 “하루라도 빨리 탄핵안 처리”… 2일 가결 목표로 비박 표확보 압박
총리-경제수장 교체 논의도 안해… 탄핵 의결땐 ‘리더십 실종’ 현실화
야 3당은 이르면 다음 달 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를 밀어붙일 태세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을 제물 삼는 일정들이 이번 주에 줄을 잇는다. 그러나 정치권은 ‘탄핵, 그날 이후’ 어떤 리더십으로 국가를 끌고 갈지 방향 제시도 못 하고 탄핵 가결정족수(200명 이상) 채우기에만 골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탄핵 시계’ 더 빨라질까
늦어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9일까지 탄핵안 처리를 제시했던 야권 ‘탄핵 시계’가 다음 달 2일로 빨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한 한 하루라도 빨리 의결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25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탄핵은 오래 끌면 안 된다”며 “의결정족수가 될 것 같으면 (다음 달) 2일 처리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다만 야권의 ‘탄핵 가결정족수 몰아치기’에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점이 변수다.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황영철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탄핵에 동조하는 (새누리당) 의원이 60명이 넘었다고 들었다”는 발언에 “야당과 (찬성 인원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황 의원은 “누구로부터 어떤 말을 들었는지 모르는데 (탄핵 찬성) 명단은 절대 제출할 수 없다”며 다만 “탄핵이 통과될 수 있다는 확신은 만들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야당이 이미 정권을 잡은 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의회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며 “혹자는 탄핵과 개헌이 같이 갈 수 없다고 한다. 일단 탄핵부터 해 놓고 그 이후에 개헌을 논하자고 하는데, 탄핵 다음 국면은 대선이다. ‘선탄핵 후개헌’은 허구다”라고 주장했다.
야권이 탄핵안 처리를 앞당기려는 데에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퇴임 시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수석부대표는 “박 소장이 퇴임하는 내년 1월 30일 이전에 헌재가 최종 판단을 하려면 일주일이 급하다”고 했다. 정치권의 박 대통령 옥죄기도 이번 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9일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 후보 2명을 추천한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2일까지 이 중 1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국회 ‘최순실 등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30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기관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된다. 사실상 청와대에 ‘등을 돌린’ 교육부가 28일 국정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한다면 내용을 놓고 진보 대 보수의 격론도 일 수 있다.
○ ‘그날 이전’도 ‘이후’도 막막
정치권에서는 ‘그날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각 진영의 셈법만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다. 당장 다음 달 2일이든 9일이든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 처리되고 헌재로 넘겨지면 대한민국은 황교안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한다.
야권 일각에서 격렬히 반대하지만 민주당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도 괜찮다”고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탄핵 전 국회 추천 총리 논의는 이미 백지화된 셈이다. 위기에 직면한 경제도 사실상 방치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해 야 3당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황 권한대행이 새 경제부총리를 임명할 수 있는지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대한민국호’는 국민의 신뢰도가 매우 낮은 황 권한대행이라는 선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라는 조타수가 몰고 나가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청와대도 일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사의 표명을 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지만 어떤 결정도 못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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