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종교계, 학계 등 원로 17명이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개헌 추진 등 해법을 내놨지만 청와대 등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날 원로들은 우선 당면한 국가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빨리 자진 사퇴 계획을 밝힌 뒤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여야 합의 총리에게 국정 전반을 맡기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제시한 ‘임기단축형 개헌론’과 맥이 닿아 있다. 한 원로는 “명예로운 퇴진과 관련해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례처럼 박 대통령의 사면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하야 시점을 ‘적어도 내년 4월까지’로 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해석이 엇갈렸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궐위 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돼 있는데 현재 각 정당의 사정이나 형편을 보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각 정당이 대선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여러 현안을 수습할 게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탄핵은 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며 “정치권이 개헌을 논의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4월 이내 퇴진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그만두라는 것”이라며 “탄핵안이 가결돼도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탄핵 결정 전에) 박 대통령이 그만둘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로들 의견이니 접수는 하겠지만 이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없다”고 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여야를 넘나드는 원로분들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물러나야 한다’로 마음을 모아준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개헌은 권한대행이라는 불안한 체제에서 제대로 논의가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원로들의 제안은) 맞는 얘기지만 이제는 (탄핵밖에) 길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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