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朴대통령, KT 채용-광고대행사 선정까지 직접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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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차은택 공소장으로 본 공모혐의

 27일 구속 기소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47)의 공소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구속 기소)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의 돈벌이를 위해 세밀하게 배려한 정황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최 씨와 차 씨가 설립한 광고회사다.

 박 대통령은 또 안 전 수석에게 “홍보 전문가 이모 씨가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라. 신모 씨도 이 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해 두 사람을 각각 KT의 상무와 상무보로 심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의 보직을 KT의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 주라”며 세세한 것까지 지시하기도 했다. KT는 이 씨 등을 채용한 올해 3∼8월 플레이그라운드에 7건의 광고(발주금액 약 68억 원)를 의뢰해 5억1660만 원의 수익을 안겨 줬다.

 차 씨는 최 씨, 안 전 수석과 짜고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 한 혐의(강요미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통해 살펴보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컴투게더라는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때였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나를 팔아서라도 지분을 넘겨받아라”라고 포레카 대표 김모 씨에게 말했고, 최 씨는 “세무조사를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 버린다고 전하라”고 차 씨를 압박했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구속 기소)은 “저쪽(차 씨 측)에서는 ‘묻어 버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컴투게더 사장 한모 씨를 협박했다. 송 전 원장이 차 씨의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이다.

 차 씨는 자신의 광고회사 아프리카픽쳐스에 근무하지도 않은 부인 오모 씨를 직원으로 등재해 6억여 원을 급여 명목으로 횡령하고, 아우디와 레인지로버 차량 리스비로 6200만 원을 쓰는 등 총 10억 원대의 횡령 혐의도 밝혀졌다.

 송 전 원장은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공모 절차 이전에 이미 청와대에서 신임 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차 씨는 2014년 11월 “내가 추천한 분들이 모두 요직에 임명됐다.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으로 추천하면 임명될 듯한데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송 전 원장은 이를 승낙했다. 검찰은 원장 공모 절차 개시 이전에 청와대 등의 인사 검증 절차를 거쳐 송 전 원장이 내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송 전 원장은 원장 취임 직전 대외담당 임원으로 재직하던 광고회사 머큐리포스트 사무실에서 이 회사 대표 조모 씨에게 “내가 확실히 콘텐츠진흥원장으로 간다. 추후 영업에 도움을 줄 테니 계속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2014년 11월부터 올해 10월 15일까지 3773만 원을 쓴 혐의(뇌물수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최 씨와 정유라 씨(20)를 겨냥해 지난해 9월 319만 유로(약 43억 원)를 삼성전자 독일 계좌로 송금했고 이 돈이 말 구입비로 사용됐다는 추가 의혹을 수사 중이다. 삼성 측은 “(선수들이 훈련에 쓰는) 말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고, 말은 삼성전자 소유 자산으로 매각 대금도 삼성전자 계좌로 입금됐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자금이 최 씨 모녀에게 직접 건너가지 않은 점에서 대가성 입증이 쉽지는 않지만 최 씨 모녀를 겨냥한 로비 자금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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